이곳에서 꾸준히 소개해 왔듯이 파주에는 명품 진품들이 은근히 많다. 그중 음악 감상 분야에서도 손꼽혀 왔던 게 있다. 파주 문산 출신으로서 명 아나운서로 이름을 날렸던 황인용(83) 씨가 헤이리마을에 건립한 음악감상실 겸 카페인 <카메라타>가 그것이다.

이제는 명품 음악감상실의 고전이 되다시피 한 이곳은 ‘황인용의 뮤직 스페이스 카메라타’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다. 즉 26년 전인 1997년 5월에 개관될 때부터 음악을 즐기는 공간으로 특화되어 태어났다. 당시에는 이곳에 비치된 대형 스피커들에서 울려나오는 ‘빵빵한’ 소리에 감상객들의 벌어진 입이 닫히지 않았다. 지금도 서울 등 외지에서 꾸준히 찾아오는 이들이 있는 이유다.

카메라타의 외관

카메라타는 헤이리마을 안에 있다.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33 (☎031-957-3369)

이곳은 두 채의 건물 사이에 아담한 출입용 계단 공간을 두었고, 투박한 콘크리트 노출로 외면을 처리하여,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외모(?)이기도 했다. 하지만 건물 구조와 규모상 외부 방문객들을 위한 주차장 공간 배치를 하기가 어려웠다. 요즘도 1층 주차장에서 대할 수 있는 차량 1대는 주인장의 클래식 카일 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위 사진에서 보듯 건물 외부의 도로가 비교적 한산하여 주차 공간을 찾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

이런 점을 감안하여 얼마 전에 소개했던 인근의 <콩치노 콩크리트>(이하 '콩치노'로 약칭)는 처음부터 건물 1층을 필로피 구조로 처리하여 주차장 용도로 해놨다.

 * 지난번에 다룬 콩치노 관련 기사는 이곳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paju.go.kr/news/user/BD_newsView.do?q_ctgCd=1002&newsSeq=914

건물 사이에 있는 이 출입용 계단을 이용하여 아래로 내려가면 감상실 문앞에 이르게 된다.

모든 객석이 무대 전면을 향하도록 돼 있다.

천장의 목재 처리는 흡음 및 연음 효과용

이곳의 특징은 위에도 언급한 초대형 스피커들이다. 무대 전면에 배치돼 있는데, 이 세팅은 단순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 대형 스피커 세팅 전문가의 세심한 손길을 거쳐 탄생되었다. 특히 음향 파장을 고려한 천장 부분과의 조화와 협력도 중요한 부분이다. 사진에 보이듯, 천장 설계도 일반적인 주거 공간의 그것과는 다르다.​

이곳은 대형 음악감상실에서는 최초로 벽면을 용감하게 콘크리트로 처리한 곳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음악실의 벽면은 흡음 재료를 사용하기 마련인데, 그런 개념과는 정반대로 콘크리트를 썼다. 소리가 튀지 않느냐는 걱정도 하지만, 그 대신 소리가 맑고 산뜻하며 웅장해지는 효과가 있다. 흡음재를 사용하면 소리가 부드러워지기는 하지만 연육제를 많이 투입한 고기에서 살아 있는 육즙이 적게 나오는 것처럼 된다. 콩치노 또한 이와 같이 콘크리트 노출 벽체를 사용하고 있다.

배치된 스피커들. 오디오 세팅 전문가의  작품이다. 피아노는 콘서트 이벤트 때 사용된다.

세계 최대의 LP 음악감상실인 <콩치노 콩크리트>와 비교했을 때 이곳의 특징은 몇 가지가 더 있다.

이곳에서는 LP판만을 고수하는 콩치노와는 달리 대다수의 LP판 외에도 CD 감상도 가능하다. 일반인은 접근이 불가능한 DJ석 뒤쪽에 있는 그 방대한 소장량을 보면 주인장의 음악 사랑이 어떠했는지가 짐작된다.

이곳은 감상 공간이 한 층뿐이라서 2~3층의 복층 공간이 있는 콩치노와는 다르다. 1층의 모든 객석 의자들은 무대 전면을 향하고 있다(콩치노도 1층은 이와 같다). 2~3층에서는 의자 방향 배치가 제각각이어서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는 콩치노와 다르고, 음악감상은 1층에서만 한다. 2층에는 화장실이 있다.

콩치노에서는 물만 갖고 들어갈 수 있는데, 이곳에는 카페도 있다. 무대의 반대 방향에 카운터가 있는데, 그곳에서 차와 커피 등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준비가 되었다고 알려온다. 입장료가 전에는 만 원이었는데 요즘엔 12000원이다. 이 입장료 속에 음료구입권이 포함돼 있어서 메뉴에서 고르면 된다. 밀크티가 매우 유명한데, 물론 아메리카노 등도 있다. (커피가 준비 안 되는 날도 있다! 그런 날엔 메뉴판에 줄이 그어져 있다)

음료 카운터. 무대의 정반대편에 있다.

한쪽 옆에 마련된 테이블 자리가 비어 있을 때는 노트북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음악 감상 시간이 매우 긴 편이어서 책 한 권쯤을 갖고 가서 독서를 하게 되면 일석이조랄 수 있다. 그때 책 지참을 깜빡한 이들을 위해 최근에 개시한 게 출판사 문학동네와의 협업으로 운영 중인 <이달의 책> 코너다. 깜찍한 기획으로 보인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테이블 좌석.  노트북 사용도 가능하여, 집필자들도 많이 온다.

이곳에서는 소근소근 대화는 허용되지만 일상적인 대화 수준의 소음(?) 발생은 자제해야 한다. 목소리가 높으면 직원의 제지를 받기도 한다. 운영 시간은 11:00~21:00로 13:00에 오픈하는 콩치노보다 두 시간이 빠르다. 휴일은 매주 목요일.

규모나 장비 면에서는 동생 격인 콩치노보다는 한 수 아래지만, 이곳만의 특징도 있다. 콩치노에서는 1930년대의 웨스턴 일렉트릭과 유로노 주니어 스피커 음질 원형을 유지하기 위해 현대의 고출력 보완 장비 등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곳은 mb97 등도 설치돼 있어서 고음역대 소리도 보강되어 빵빵하게 들린다. 고수준의 오디오 전문가들이 그 점을 높이 사기도 한다. 작지만 세심한 서비스로는 무대 우편에 있는 조그만 화이트보드에 적히는 곡목 소개다. 곡이 바뀔 때마다 개략적인 소개를 손글씨로 적어 놓는다.

이곳의 주인장인 황인용 씨는 ‘우리들의 영원한 DJ’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1940년생으로 문산읍 사목리에서 나고 자라 교하초를 졸업하고 용산중고를 나온 파주 토박이다. 헤이리마을이 개설될 때 첫 입주자를 자청할 정도로 헤이리마을의 터줏대감 격이다. 이제는 연만한데도(세는나이 84살) 주말이면 직접 DJ 서비스를 할 때도 있다(평일에는 대체로 오후 3시경 이후에 모습을 보인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예술을 사랑하는 이는 장수한다는 속설도 있는데, 인용 님에게도 그런 복이 내려질 것을 믿고 축원한다.

취재 : 파주알리미 최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