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파주소식 - 파주알리미 인쇄하기 인쇄하기 율곡과 우계에게 길을 묻다 - ‘율곡과 우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2023 인문학 탐방’을 다녀와서 - 작성일 : 2023.05.08 조회수 : 1683 첨부된 파일이 없습니다. 계절의 여왕이자, 신록의 계절인 오월을 지척에 두고 진행된 ‘율곡과 우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2023 인문학 탐방’ 일행의 뒤를 따랐다. 이른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는 그간의 미세먼지를 씻어주지만 길 떠나는 이에게는 발걸음을 무겁게 만든다. 흐르는 빗줄기에도 아랑곳없이 45인승 버스는 운정 행복센터를 거쳐 파주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이내 25명의 탐방객을 실은 버스는 처음 목적지인 파평면 눌노리의 ‘우계(牛溪,소개울)길’로 향했다. 2023 인문학 탐방 ‘율곡과 우계에게 길을 묻다’는 파주시의 지원을 받아 파주지역문화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파주가 낳은, 조선시대 대학자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 선생, 두 선현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생애와 삶, 교우관계를 통해 추구했던 학문적 사상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총 6회에 걸쳐 진행된다. 파주시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매회당 30명으로 선착순 마감한다. 참가비는 없으며 도시락까지 무료로 제공된다. 본 프로그램은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파산서원에서 탐방단 기념사진 유명한 파주의 자랑이자 신사임당의 아들인 율곡 이이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분이다. 하지만, 파주에서 자란 우계(牛溪) 성혼은 모르는 이가 많다. 우계는 같은 고을에 사는 나이가 비슷한 율곡과 만나 평생을 벗으로 지냈다. 총명했던 율곡도“만약 견해(見解)의 도달(到達)을 말한다면 내가 약간 낫다고 할 것이나, 지조(志操)를 지키며 실천함에 있어서는 내가 미치지 못한다”라고 평가하며 우계를 존경하였다. 두 선현은 서신을 주고, 받으며 이기론(理氣論)에 대한 학설을 발전시켰다. 이는 조선 유학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64세에 세상을 떠나자 좌의정에 추증되고 문간(文簡)이란 시호를 받았다. 또한, 문묘에 배향되며 율곡과 같은 동국 18현(*)이 되었다. 탐방객은 우계길을 거쳐 파산서원에 도착했다. 坡山書院은 지금의 사립학교로 우계와 우계의 아버지 청송 성수침과 작은아버지 절효공 성수종, 우계의 스승인 휴암 백인걸 선생의 위폐를 봉안하고 제향을 올리며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이 서원은 대원군의 서원 철폐에도 존속된 전국 47개 서원 중의 하나로 중요시되던 곳이다. 서원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마냥 즐겁게 얘기하는 한 쌍이 보였다. 문학동아리 친구로 인문학 탐방에 참여한 지헌준 씨(남)와 주선희 씨(여) 지헌준씨는 “파주 이야기 가게 밴드 회원으로 공지 사항을 보고 신청했다. 이분은 같은 문학동아리 회원으로 내가 얘기해서 같이 오게 됐다.”라며 일행을 소개한다. 같이 온 주선희씨는 “파주에 살고 있지만 파주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 동아리 친구가 파주를 알 수 있는 좋은 탐방프로그램이 있으니 같이 가자고 추천해서 따라와 봤는데 기대 이상이다. 탐방 체험을 통해 파주를 알게 되고 또한, 파주가 낳은 훌륭한 선현 두 분을 알게 돼서 기쁘기도 하다. 집에 돌아가면 주위에 널리 알려 홍보도 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무료라는 거다. 거기다가 밥도 공짜로 주고... 호호호”환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파산서원을 거쳐 율곡(栗谷,밤나무골) 이이의 숨결이 머물던 율곡의 조상, 덕수이씨 가문이 뿌리 깊게 살던 율곡리 마을을 바라보며 화석정에 올랐다. 화석정에 오르기 전에 율곡 선생이 살던 밤나무골(栗谷)을 바라보고 있다. 花石亭은 파평면 율곡리 임진강에 있다. 율곡은 여가가 날 때마다 찾았고, 관직을 물러난 후에는 여생을 이곳에서 제자들과 함께 보내며 시와 학문을 논했다고 한다. 비 내리는 화석정을 뒤로하고 탐방단이 율곡 이야기를 듣고 있다. 임진왜란 때 불타 다시 세웠으나, 6.25 전쟁 때 다시 소실되었다. 파주 유림이 성금을 모아 1966년에 다시 세워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정자 내부에는 율곡이 8세 때 지었다는 ‘화석정 팔세시’ 현판이 걸려있다. 화석정 내부에 걸린 율곡이 8살에 지었다는 ‘화석정 팔세시’현판이 걸려있다. 화석정을 뒤로하고 버스는 이내 우계 성혼 묘와 우계 기념관이 있는 파주읍 향양리로 방향을 틀었다. 우계기념관에서 이윤희 선생의 해설을 듣고 있는 탐방단 우계 선생은 여러 관직에 임명되었으나 계속 사의를 표하다가 율곡의 권유로 지금의 장관급인 이조 참판에 발탁되었다. 임진왜란 당시 유성룡과 함께 일본과의 화의를 주장하다 선조 임금의 노여움을 받아 파직되어 고향 파주로 돌아왔다. 이후 후진을 양성하다가 64세에 세상을 떠났다. 우계의 묘는 봉분을 중심으로 묘비와 상석과 향로석이 좌우로 문인석이 배치되어 있다. 봉분 주위는 할미꽃 군락지로 4월에 찾으면 엄청난 할미꽃을 접할 수 있다. 할미꽃이 드넓게 펼쳐진 우계 성혼 묘 앞에선 탐방단 우계 기념관은 2011년에 개관했는데 선생의 학문적 연원과 우계학, 우계의 학파, 우계의 나라 사랑 정신, 후학양성을 주제로 상세한 자료들이 전시하고 있다. 70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뒤처짐 없이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동만씨는 “원래부터 이런 역사 문화탐방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늘도 프로그램에 집중하려고 혼자서 왔다. 우리가 사는 파주에는 출중한 문화유적지가 많다. 오늘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위대한 성현이 파주 땅에서만 두 분씩이나 나왔다는 것도 대단하다. 두 분의 발자취를 따르는 프로그램 취지에 맞게 장소 선택이 탁월하고, 핵심을 꿰뚫는 이윤희 선생의 해설은 가히 독보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오늘도 다른 약속을 물리치고 나온 것이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배우고, 힐링하고 있다”라며 씩씩하게 이야기한다. 우계기념관에서 인터뷰 중인 김동만씨 우계 묘역에 있는 제실 한편에서 탐방객들은 일정을 잠시 중지하고 준비한 도시락을 사이 좋게 나누어 먹었다. 낯선 이들이지만 벌써 안면을 익혔다고 여기저기 모여 앉아 담소를 즐기며 식사를 즐긴다. 그사이 빗줄기가 멎으며 구름 사이로 햇살이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촉박한 일정상 충분한 휴식 없이 바로 마지막 탐방지인 법원읍 동문리에 있는 ‘파주 이이 유적’으로 차를 몰았다. 이곳에는 자운서원, 율곡과 신사임당의 묘, 율곡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1986년 건립된 율곡기념관은 율곡과 신사임당의 서화 유품과 큰누나 매창과 막내동생 이우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갤러리가 있으며, 영상관에서 율곡의 생애와 사상을 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다. 자운산 기슭에 자리 잡은 묘역은 율곡과 신사임당 묘를 비롯한 14기가 조성되어있다. 전체적으로 이이의 명성에 비해 소박하고 평범한 묘제 형식을 갖추고 있다. 명성에 비해 소박하고 검소한 율곡 이이 묘에서 해설을 듣고 있다. 문화프로그램의 벤치마킹(benchmarking) 차원으로 인천 난정 평화교육원에서 참여한 두 사람도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었다. 인천 난정 평화교육원에서 온 안수경씨(좌)와 변은지씨(우) 안수경씨는“예전에 학교에서 근무할 때 알던 동료 한 분이 파주사람이었다. 그분이 마침 이윤희 선생을 알고 추천해서 오늘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우리도 문화해설을 담당하고 있어 배워보려고 먼 길을 찾아왔다. 우리가 아는 것 보다 해설사의 지식이 많고, 설명도 잘해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 인천에 돌아가면 프로그램 개발과 문화해설에 적용해 보겠다. 파주가 좋은 것 같다. 문화유산 자원도 풍부해서 한편 부럽기도 하다. ‘파주이야기가게’ 밴드를 살펴보니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인천도 많이 하고는 있지만, 파주 역시 열심히 하는 것 같아 좋아 보인다”라며 소감을 말한다. 옆에 있던 변은지씨는“혼자 왔으면 모르고 지나칠뻔했다. 해설사의 설명이 쉽고 재미있어 멀리 온 보람을 느낀다. 나 역시 업무처리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우계 성혼 선생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늘 새롭게 알게 되어 그분을 다시 공부해봐야겠다”라며 느낌을 곁들인다. 자운서원은 광해군 7년, 율곡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지방 유림이 창건하였다.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빈터에 묘정비만 남아있다가 1970년 유림의 기금과 국가지원을 받아 복원하고 경내주변을 정화하였다. 이곳을 탐방하던 날이 때마침 자운서원의 봄철 제사인 춘향제가 펼쳐진 날이었다. 해설사 이윤희 선생은 춘향제의 절차와 각자 맡은 역할을 쉽게 동작을 보여주며 설명하자 일행은 마치 춘향제를 참관하는 것 같이 집중하며 듣는다. 자운서원에서 율곡의 학문과 삶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탐방단 금촌에서 온 백주원씨는 “파주에 이사 온 지 3년이 지났지만, 파주를 잘 모른다. 친구 따라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정말 기대 이상이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옛 선현들의 발자취를 따라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보고 듣는 시간이 처음에는 낯설기도 하고 어색했지만,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나 역시 그들과 함께 동화되어 나도 모르게 그 속에 빠져드는 색다른 체험을 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나들이 삼아 따라온 나를, 역사에 관심이 하나도 없는 나를, 변화하게 만든 해설사 이윤희 선생과 보조 진행자 김복순 선생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라며 진심 어린 말을 전한다. 인문학 탐방은 처음이지만 감동은 최고라는 백주원씨 자운서원을 떠나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파주지역 문화연구소 이윤희 대표는“조선 중기 파산의 작은 고을 눌노리와 율곡리를 근거지로 파산학(坡山學)이 태동했고, 파산학은 조선시대의 큰 학맥인 기호학(畿湖學)의 배경이 되었다. 기호학파의 두 종장(宗匠)인 율곡과 우계의 발자취를 따라 두 분의 숨결이 느껴지는 유허지(遺墟址, 흔적은 거의 없고 터만 남은 곳)와 유적지를 돌아보며 조선 사회를 뒤흔든 두 분 대학자의 삶을 생각하는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궂은 날씨에도 함께 끝까지 해준 참가자 모두와 진행자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라고 인사하며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파주는 인류 태동이래, 구석기 유적부터 현대의 역사와 문화의 흔적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조력자 없이 마음먹고 흔적들을 찾아 막상 가보면 눈에 보이는 부분만 보여서 생각한 것만큼의 기대효과는 얻을 수 없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흥준 선생의 ‘아는 것만큼 보인다’라는 말대로 혼자서는 힘들다. 그 분야의 전문가가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준다면 혜안(慧眼)과 사고의 깊이가 확장되어 또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이제 만물이 소생하고 깊어가는 계절이다. 조금은 부지런하게 포털사이트와 웹을 검색하면 내게 필요한 여행 정보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반나절의 시간을 내서라도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살찌워(?) 보는 것은 어떠한가? 註) 동국 18현(東國 18賢) (*) 문묘에서 배향하는 한국의 유학자를 말한다. 문묘는 유교의 시조인 공자와 공자의 학문적 후계자들인 맹자와 주자 등을 모시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유학을 공부하는 선비로서 문묘에 모셔진다는 것은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 문묘의 기원은 통일신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고려시대에 이르러 최치원을 시작으로 한국의 유학자들도 문묘에 모셔지게 되었다. 고려시대에는 설총, 최치원, 안향 세 사람만 문묘에 모셔졌으며, 나머지는 조선시대부터 모셔진 분들이다. 모셔진 분들을 살펴보면 설총, 최치원, 안향, 정몽주,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 김인후, 이이, 성혼, 김장생, 조헌, 김집, 송시열, 송준길, 박세채 모두 18분이다. '율곡과 우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2023 인문학 탐방' 참가 방법 '밴드' 앱에서 '파주이야기 가게'를 검색하고 회원가입을 신청한다. 가입이 완료되면, 공지 사항에 올라온 해당 프로그램을 찾아 담당자에게 전화나 문자로 참가 신청하면 된다. 취재 : 파주알리미 김명익 다음글 명품 음악감상실의 고전, 헤이리마을 황인용의 <카메라타> 이야기 이전글 비련의 시인 이옥봉의 묘 태그 등록된 태그가 없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