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주말, 가을을 눈에 담아보려고 파주의 끝자락으로 차를 몰았다. ‘감악산 출렁다리’ 입구에서 맞이하는 바람은 간밤에 비가 온 탓인지 서늘하게 다가온다. 하늘은 맑고 밝아 선뜻함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들뜬 마음에 바쁘게 경사로를 따라 올랐다. 잠시 후 눈앞에 펼쳐진 감악산 출렁다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일행을 반겨준다. 출렁다리를 건너서 덱(Deck)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운계폭포를 만나고 법륜사에 도달했다.

감악산 출렁다리 건너에서 바라보니 형형색색의 단풍과 빨간색의 다리 난간이 함께 어울려 가을의 정취가 한껏 느껴진다.

벌써 산책로의 덱(deck) 위로 마른 낙엽이 쌓여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어젯밤 비가 온 탓에 운계폭포도 시원스레 물줄기를 내뿜으며 방문객을 유혹한다.

한적한 법륜사의 경내를 둘러보니 작은 개울 건너로 때늦게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조용하고 한적한 산사, 법륜사의 단풍나무는 아직도 여름을 보내기 싫어서일까? 지금껏 푸르름을 부여잡고 놓지 않는다.

내려오는 길에 쓸쓸하게 나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다음 단풍 맛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법륜사를 내려오는 길에 산책로 위에 쌓여 나뒹구는 낙엽을 흑백사진으로 담아보니 세월의 무상함이 엿보인다.

입맛 당기는 빨간 맛이 아쉬웠다. 불타는 빨간 단풍이 시그니처(Signature)인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은 우리에게 어서 오라 손짓을 한다. 추모 공원은 감악산 출렁다리 입구에서 적성면 중심가로 내려가는 가까운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빨간 단풍은 파주에서 손꼽는 단풍 맛집으로 골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파주에서도 손꼽히는 빨간 단풍의 맛집임을 보여주려고 작정했나 보다. 빨갛다 못해 이미 뜨겁게 불타고 있다.

뜨거운 열기를 식히려는 듯 파란 하늘 바다에 몸을 담그는 단풍 나뭇가지

노랗고 빨간 단풍나무 아래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방문객들

모처럼 단풍 맛집을 나선 김에 법원읍 동문리에 있는 ‘파주 이이 유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령이 400년을 훌쩍 넘은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단풍나무가 함께 어울려 멋진 조화를 이루는 또 다른 단풍 맛집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미지설명자운서원의 강인당 지붕을 덮는 느티나무와 담장 넘어 노란 은행나무가 오버랩(overlap)하며 단청의 화려한 색상과 함께 멋들어진다.

이이 율곡 가족묘, 여현문(女見門) 앞에 있는 늘어진 빨간 단풍 나뭇잎이 아담한 연못의 연잎들과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자운서원 담장 밖으로 형형색색의 가을맞이 향연이 펼쳐진다.

돌아서서 걷는 일행의 얼굴로 비추는 역광(逆光)이 머리 뒤로 보이는 후광처럼 멋지게 빛난다. 마치 단풍 맛집을 만끽하고 행복한 모습처럼

친구들과 함께해서 더 좋았던 파주 단풍 맛집 기행은 올해는 마지막이지만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새로운 첫 발걸음이기도 하다. 만추의 향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후회하지 말고 자~ 떠나보세요!

추신, 올해의 가을 사진은 아니지만 몇 년 전부터 보관하고 있던 사진이 있어 함께 올려본다. “끝”

헤이리 예술마을 단풍 나뭇잎 사이로 햇빛 갈라짐이 멋지게 다가온다.

황희선생유적지의 반구정 옆의 양지대를 올려다보며 고고(高古)함을 담아본다.

가을이 깊어 가는 오후, 파평면 덕천리의 눌노천 뚝방길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걸어오는 일행이 마냥 정겹게 느껴진다.

경기미래 교육원 파주 캠퍼스 (舊 파주영어마을) 단풍이 든 담쟁이 길에서 사이좋게 폰으로 찍고 살펴보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취재: 파주알리미 김명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