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은 매화가 지척에 피고, 산수유마저 노란 꽃망울을 올리며 성큼 다가왔다. 화창한 봄날 파주장단콩웰빙마루에서 주최하는 ‘파주장단콩 항아리 위를 거닐다’라는 파주 여행과 요리체험을 동시에 즐기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파주장단콩 항아리 위를 거닐다’를 알리는 리플릿
웰리스와 역사문화, 평화와 안보, 문화와 예술 등 3개의 주제별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오늘의 프로그램은 인기가 제일 많다는 B 코스로 평화. 안보를 주제로 임진각 곤돌라와 오두산 전망대 방문과 장단콩 맛 된장 만들기 체험이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단체 기념사진
10시에 시작하는 오리엔테이션에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 도착했으나, 파주장단콩웰빙마루 1층홀은 벌써 만석으로 입추에 여지가 없었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셔틀버스에 올라 임진각으로 향했다. 여행을 담당하는 파주이야기가게 이윤희 대표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남북 분단의 현장, 임진각을 언제나처럼 구성지고 재미있게 해설해주었다. 창 넘어 개성 송악산이 보이는 곤돌라를 타고 임진강을 건너 민통선으로 들어서자, 사방으로 둘러쌓은 철책이 숨 막히게 만든다.
해설을 듣고 있는 사람들 뒤로 곤돌라가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이곳을 스쳐 지나갔지만, 핵심을 찌르는 해설은 우리 일행을 다시금 이곳을 돌아보게 만든다. 아빠, 엄마와 함께 온 하은(9세)과 하준(7세)은 마냥 즐겁게 이곳저곳을 누비며 다닌다. 하은이 엄마는 “우리 가족은 서울에 산다. 맘 카페를 통해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탈 거리가 있는 B 코스를 선택해서 왔다. 처음 곤돌라를 탔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오두산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한 땅을 바라보고, 오후에는 된장을 만들기도 한다니 기대가 된다. 아이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을 쌓게 해주어 파주를 더욱 예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기대에 부푼 얼굴로 말한다.
서울에서 아빠, 엄마와 함께 온 하준(남)과 하은(여)
지금은 남북 교착상태 심화로 퇴색되었지만, 한때 커다란 이슈였던 판문점의 도보다리를 본떠 만든 다리에는 고양시에서 왔다는 일행들이 한창 기념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리더 주연숙씨는 “텃밭을 일구는 동아리 회원으로 포털 검색을 통해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단합대회 겸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파주시는 참 좋다. 좋은 프로그램도 많아 부러울 따름이다. 진행도 해설도 모두 훌륭하고, 이런 프로그램을 선택한 우리 일행도 자랑스럽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이웃 친지들에게 널리 알릴 생각이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쳐든다.
텃밭 가꾸기 동아리에서 친목 모임으로 왔다는
리더 주연숙씨(좌측에서 3번째)와 친구들
자유로를 힘차게 가르는 셔틀버스는 달려온 길을 되돌아 오두산 통일 전망대에 다 달았다.
전망대 위에 매달린 커다란 태극기는 오늘도 어김없이 펄럭이며 우리 일행을 반긴다.
이 대표의 해설은 저 멀리 신라시대 때 한강과 임진강이 서로 만나서 ‘교하(交河)’라고 이름 지은 유래, 오두산성은 광개토대왕이 점령했다는 백제시대의 관미성으로 추정된다는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조선시대 광해군이 교하로 수도를 이전하려 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지금은 서울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최전방 전망대라는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3층 전망대의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북한의 선전 마을이 오늘따라 초라하게 보인다.
오두산 전망대에서 북녘땅을 앞에 놓고 해설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안사돈끼리 사이좋게 손을 잡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강성숙씨(74세)와 인숙자씨(76세)는 “금촌과 영태리에 사는데, 강성숙씨의 며느리가 신청해주고 아들이 태워줘서 편하게 왔다. 우리는 사돈 사이지만 친구처럼 편하게 지낸다. 지금도 직접 간장, 된장과 고추장을 담궈 먹고 있지만, 이렇게 여러 사람과 소꿉놀이처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며느리가 최고다. 이렇게 좋은 여행을 보내주니 고맙기도 하다”라며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사돈끼리 사이좋게 손잡고 왔다는 강성숙씨(좌측)와 인숙자씨(우측)
해설이 끝나자 일행들은 삼삼오오 무리 지어 전망대 밖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모여든다. 북쪽을 향한 망원경 속으로 농사 준비에 한창인 북녘 사람들이 작은 점으로 보인다.
전망대 밖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북녘땅을 살펴보고 있다.
2시간 반에 걸친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장소를 옮겨 파주장단콩웰빙마루에서 점심과 휴식을 취하고 오후 2시부터 ‘장단콩 맛 된장 만들기’ 체험이 진행되었다. 진행은 한국식생활연구회 김갑수 조리실장의 지도로 장단콩의 효용성과 구별법을 배우고 개인별로 맛 된장을 만들고 용기에 담아 가져가는 체험 순으로 이어졌다.
파주장단콩웰빙마루 체험실에서 ‘맛 된장 만들기’ 설명을 듣고 있다.
파주 금릉동의 공방 ‘초목’에서 독서 모임을 한다는 박슬기씨(26세) 일행도 즐겁게 맛 된장 비비기에 열중이다. 박슬기씨는 “파주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그램 정보를 접하고 가족들과 함께 오려고 했는데 여의치 못했다. 대신 공방 친구들에게 얘기했더니 모두 좋다고 동의해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다. 진행되는 모든 순서가 지루하지 않고, 재밌고 유익했다. 참가비용도 저렴하여 소위 가성비가 너무 좋다. ㅎㅎㅎ
더구나 파주시청 홈페이지의 파주뉴스에 우리 얼굴과 이름이 나온다니...” 흐믓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한다.
독서 동아리에서 온 박슬기씨(앞)와 친구가 완성된 맛 된장을 자랑스레 보여준다.
맛 된장 만들기 체험을 끝으로 모두 5.5 시간에 걸쳐 진행된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었다. 참여자 대부분 이구동성으로 만족감을 표출하며 금촌역을 거쳐 운정역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프로그램 전체를 기획하고 추진한 ㈜파주장단콩웰빙마루 경영지원팀 김진구 대리는 “2022년 경기관광공사에서 시행한 융복합투어콘텐츠 개발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작년에 이어 올해 시즌 2로 이어지고 있는 호응도 높은 프로그램이다. 파주시의 출자를 받아 작년에 설립한 신생 단체로 홍보에 필요성도 있고 또한, 코로나 여파로 침체한 파주시의 관광문화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려고 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프로그램 내용도 유용하지만, 경기관광공사와 파주시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므로 여행, 식사, 체험을 포함한 참가비용이 성인 기준 2만 원에 불과한 가격 파괴로 부담이 적어 누구나 신청하려고 한다. 매회 40명 정원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올 3월 말에 프로그램이 아쉽지만 종료된다. 향후 추진계획은 독자적으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식당과 연계한 패키지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주요 타깃은 일반 시민은 물론 전국의 농업 관련 기관으로 차별화된 마케팅을 고려하고 있다.”라며 강한 자부심을 보인다. 작년에 이어 올해 3월 말까지 성황리에 펼쳐지는 “파주장단콩 항아리 위를 거닐다”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매 회차 파주시를 인근 각지에서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참가비용이 저렴하다고 인파가 몰려드는 것은 아니다. 가격을 뛰어넘는 알찬 프로그램의 뒷받침이 없다면 소용없다. 부디 참신하고, 파주만의 특성을 잘 살린 차별화된 패키지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크게 성공하길 기대해본다.
파주장단콩 항아리 위를 거닐다 ( 2023년 1월 17일 ~ 3월 30일 )
pajumaru.com 홈페이지 선착순 모집, 문의 전화: 031 943 2662
참가비용: 성인 20,000원 / 어린이 15,000원 ( 여행 + 식사 + 체험 포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