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는 곡산노씨 묘 뒤쪽 솔숲에 열려 있다. 그곳으로 들어서면 금세 능선으로 올라서는데, 율곡아파트에서 올라온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이정표가 서 있다. 등산로는 험하거나 가파르지는 않아도 알게 모르게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몇 개의 나지막한 언덕을 넘기도 하고, 경주의 왕릉처럼 수굿하게 솟은 봉우리를 우회하기도 한다. 멀지 않은 215m 지점, 볼록한 언덕을 자운산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사방산(227m)의 유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파주시 법원읍 북부에 위치한 산이다. 조선시대에 자운산(紫雲山)으로 불리던 산이며, 현재 사방산 남사면에 이율곡 묘와 신사임당 묘가 있고, 이율곡의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자운서원(紫雲書院)이 자리하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자운산에 대한 기록이 없지만 자운서원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자운산이라는 이름은 서원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지도서에는 자운산에 대한 기록이 있는바, 파주읍의 동북방향 20리 지점에 있는 산으로 되어 있다. 조선지도, 팔도군현지도, 청구도 등에도 자운산 기록이 있다. 자운산의 명칭이 사방산으로 변경된 시기는 불확실하지만 대체로 일제강점기로 추정한다. 자운산 자락에 자운서원이 들어서 있고, 땅이 좋은 곳이어서 일본인이 지명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파평산에서 볼 때 손사방(巽巳方)이기 때문에 사방산(巳方山)이 되었다가 다시 현재의 사방산(四方山)이 되었다는 유래가 있다.
그러니까 ‘사방산이 곧 자운산’이라는 설명이다. 산의 형세를 둘러봐도 서쪽의 문산읍 동문리, 북쪽의 파평면 마산리, 동쪽의 법원읍 금곡리, 남쪽의 법원리에 둘러싸인 독립된 한 덩어리일 뿐, 굳이 둘로 나눠야 할 까닭이 없다.
그곳을 지나면 비학산 줄기의 붉은 절개지가 건너다보인다. 조림사업을 서두르는 게 어떨까 싶다. 조금 뒤에는 금곡리로 내려가는 세갈래길에 닿는다. 파평산 서봉의 관측소와 중봉의 모형 미사일이 잘 보인다. 등산하는 맛을 보여주리라 작심이라도 한 듯, 비탈길이 벌떡 일어섰다.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등줄기에서 땀이 배는가 싶더니 어느덧 정상에 올라섰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전망은 없었지만, 해발 227m 정상표지는 제대로 서 있다. 위성지도에 나타난 고도에서 소수점 이하 0.4m는 당연하다는 듯 지워놓고는, 시치미를 뚝 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