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은 삼봉산을 지난 다음부터 제대로 펼쳐진다. 암산까지 2.2km, 줄줄이 눈앞을 막아서는 연봉들 앞에, 해발고도는 의미가 없다. 난데없이 뾰족하게 일어서고, 느닷없이 날카롭게 주저앉는다. 이름 없는 것들도 울퉁불퉁 끼어든다. 숲 사이로 인가가 내려다보이고 개 짖는 소리 들려오긴 해도, 도움이 안 된다. 기진맥진하여 암산에 닿는 순간, 정자 바닥에 아무렇게나 퍼져버리고 만다.
암산 표지석에도 주소가 박혀 있다. 파주시 법원읍 법원리 산25-1. 그곳에서 비학산을 돌아다보는 감회는 먹먹하다. 그러고 보니, 비학산 오른쪽날개는 이름이 셋이나 된다. 정상에서 은굴까지 5km는 비학산, 의좋은 삼형제처럼 예쁜 삼봉산, 길 건너 수산과 짝을 지어 자웅산이 되는 암산.
총 12.5km, 휴식 포함 6시간 20분의 산행 끝이다. 자잘한 통나무계단이 비탈 아래로 주르르 미끄러지며 빗금을 친다. 이제는 학이 날아오르기 전에 땅을 디뎌야 한다. 저 아래 초계탕집 널따란 앞뒤 마당이 다 주차장이다.
* 취재 : 강병석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