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생활 쓰레기는 지하에서 움직인다

생활 쓰레기 투입구 (맨 왼쪽의 것은 공기 흡입구)

생활 쓰레기 투입구 (맨 왼쪽의 것은 공기 흡입구)

운정신도시를 다니다 보면 생활쓰레기 투입구가 도처에 있다. 자그마치 1,862개나 된다. 주거 시설 지역(1,440개)은 물론이고, 파주시가 관리하는 공용 지역에도(422개) 있다. 신도시 내에서 배출되는 생활 폐기물(재활용 대상을 제외한)을 여기에 넣으면 지하 관로(52.4km*)를 따라 공기압으로 4곳의 집하장(가람/산내/한울/한빛)으로 간다.
그곳에서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 뒤 각각의 컨테이너에 넣어져 운정환경관리센터(가람로 150번길 41-34)로 입고된 뒤 일반 쓰레기는 소각되고 음식물 쓰레기는 부숙 처리된다. 즉, 재활용 쓰레기를 제외한 생활 쓰레기들은 투입구로 들어간 뒤로는 우리 눈에 띄질 않게 된다. [*註: 이 지하 관로의 총 길이는 운정신도시(16.47km²)를 세 바퀴 반 정도 도는 거리다.]

쓰레기 자동수거시스템 개념도

쓰레기 자동수거시스템 개념도

생활쓰레기 집하장

생활쓰레기 집하장

이것을 생활 폐기물 자동 집하 시스템(이하 ‘자집시설’로 약칭)이라고 한다. 쾌적한 주거 환경 조성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쓰레기 수집 및 운반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총 1,063억 원을 들여 설치한 후 2011년 12월 파주시로 무상 귀속(공동주택 등 분양자분 제외)해 파주시가 운영, 관리하고 있는 시설이다.

이 자집시설은 1960년대 스웨덴에서 처음 개발했다. 우리나라에는 2000년도 용인수지 2지구에 처음 도입된 후 신규 주택단지 건설 때 친환경 처리 시스템의 하나로 적극 권장되었다. 하지만 설치 후 잦은 고장과 운영비 등의 문제가 있어 2018년에 국토부 시행령의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주택건설 시설에서 제외되었다.

좋은 것들에도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이 투입구들은 대부분 야외에 설치돼 있어서 눈비에 그대로 노출된다. 개폐구가 센서로 작동하는 민감한 기계인데 자연에의 장기 노출은 성능 저하로 이어지고(부품 마모), 사용자의 비정상적인 무리한 작동 시에도 고장 원인에 든다(부품 파손). 세월이 흐르면서 투입구의 잦은 고장이 문제되기 시작했다.

파주시가 관리하는 422개를 제외한 투입구 1,440개는 분양자 또는 설치자의 사유재산이다.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 지침(환경부, 2018. 7. 3.)」 및 「파주시 폐기물 관리에 관한 조례」 제12조 규정에 따라서 직접 수혜를 보는 사업 주체 및 입주민이 관리 운영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아파트 단지 등의 주거 시설 내에 설치된 투입구가 고장날 경우, 입주민들의 비용으로 수리해야 한다. 잔고장 등은 수시 수리가 가능하지만 시설이 낡았을 때는 대수선을 해야 한다. 수선 기간 동안 음식물 쓰레기 등을 각자가 알아서 보관해야 하는 불편이 따르고, 그 수선비 또한 입주민들이 균분하여 부담해야 한다. 입주민들은 이미 분양가 책정 때 이 자집시설 분담금 명목으로 세대당 평균 238만 원을 부담한 처지다. 한편 파주시가 관리하는 공공용 투입구는 시가 점검하고 수리한다. 파주시는 올해 1월에 자집시설 특별 점검을 하고, 상반기 중에 거의 대부분 손을 봤다.

한편 두 종류의 쓰레기를 하나의 관로로 수송하는 데다 강력한 공기압 이송 방식이어서 수송 중에 봉지가 터지는 일도 종종 있다. 봉지가 터지면 쓰레기가 섞이기도 한다. 파주시의 혼합 허용치는 10%인데, 집하장에서 매 건마다 확인하는 일은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8월 28일 환경부는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 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이후 집하시설에는 음식물쓰레기 관로를 별도 설치하라고 시행 지침을 내렸다.

집하장에서의 분류와 상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 문제도 있다. 쓰레기를 다루는 곳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악취 저감과 분산 처리를 위해 노력하고는 있다지만, 집하장 인근 주민들은 늘 주변에서 떠도는 수상한(?) 냄새로 은근히 고생한다.

쓰레기 처리, ‘사회적 비용’ 전체를 돌아봐야 할 때

파주시는 현재 이 자집시설을 수탁 운영하는 엔백사에게 연간 26억 원의 관리비를 지불 하고 있다. 쓰레기 처리 비용만을 단순 비교하자면 기존 종량제 수거 방식보다 3배나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쓰레기 봉투값이나 수거회사 운용비 등과 같은 직접비 액수만을 단순 비교한 것이고, 친환경 처리 이점의 수치 환산은 쉽지 않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에는 파주시 인구 520,000명과 1인당 폐기물 발생량 0.8㎏/일로, 하루에 대략 400톤 가량의 쓰레기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도 하루 발생량이 300톤을 넘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쓰레기 처리 상황을 보면 소각률은 5.6%, 소각하지 않고 그대로 땅에 묻는 매립률은 7.3%다. 스위스는 2015년 쓰레기 매립률 0%를 달성했고, 덴마크의 매립률은 0.8%(소각률 53%), 스웨덴은 2013년도에 매립률을 0.7%까지 낮췄다(소각률 50%). 일본은 2019년 생활 폐기물 직매립률을 1%대로 낮추고 소각률을 80%로 높였다.우리나라의 쓰레기 재활용률이 수치로는 87.1%라고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그걸 분리수거장에 그냥 ‘입고’된 것으로 본다. 혼입, 마개/라벨 미제거, 재활용 불가 상태, 미분리/미탈착 등의 온갖 사유로 내쳐지는 양이 놀랍게 많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쓰레기를 직매립하지 않고 소각하면 쓰레기의 양이 최대 84%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남은 16%의 소각재도 다시 도로공사나 간척 등의 바닥재로 재활용되고, 최종 매립되는 쓰레기는 3%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쓰레기 매립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열회수 소각장 시설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제는 소각 기술이 발전해 과거처럼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임성균 교수(고려대 기계공학부)는 이렇게 말한다.
“소각장이라는 소리만 들으면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이라는 오해가 있습니다. 실제 소각장을 운영하는 것을 보면 물리 화학적 후처리를 통해서 집진 장치나 촉매 장치들로 다 처리를 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후처리 장치만 제대로 운영이 된다면 나오는 배기가스 유해물질은 거의 자동차 수준이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는 쓰레기 소각장은 의무적으로 후처리 장치를 갖추고 있고, 일부는 일본처럼 열회수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쓰레기 소각장 건립 사례로 하남시의 유니온 파크가 있다. 하남시 신세계 스타필드 바로 옆에 있는데, 이름에 공원(파크)도 들어가 있을 정도로 말끔하다. 그 아래에는 2015년에 준공된 대한민국 최초의 지하 소각장이 있다. 그곳에는 48톤급 쓰레기 소각장뿐 아니라 하수 처리 시설,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재활용 선별 분류장까지 배치되어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시설 건립 전 주민들과 충분히 협의했고, 지금은 주민들 역시 자랑스럽게 여기는 공익 시설이다.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소각장 시설로 꼽혀 답사가 줄을 잇고 있는 바람에 하남시의 랜드마크로도 떠올랐다.

하남시의 유니온 파크. 세종시의 쓰레기 처리 민관협의체 위원들이 견학 차 방문 후 기념 촬영한 모습. 타워 아래 지하에 종합 처리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하남시의 유니온 파크. 세종시의 쓰레기 처리 민관협의체 위원들이 견학 차 방문 후 기념 촬영한 모습. 타워 아래 지하에 종합 처리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우리 파주도 머지않아 주민들도 뿌듯해 할 그런 시설을 갖게 될 듯하다. 현재 파주에는 탄현면 낙하리와 운정에 가동 중인 소각장이 있지만 시설 노후 문제도 있어서 실 처리 용량은 두 군데 합쳐 240~250톤 남짓이다. 늘어나는 쓰레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 중인 쓰레기 소각장 증설용 입지 선정 공고에 탄현면, 파평면 등 마을 2곳이 경쟁적으로 유치 신청을 했다. 인근 지자체 쓰레기를 함께 처리할 수 있는 광역시설(700톤)과 파주 발생분만 처리하는 단독시설(400톤)을 추진 중이다.

인천에 조성하여 이용해 온 수도권 매립지도 2025년이면 문을 닫는다. 남의 동네 쓰레기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인천시의 태도는 완강하고, 이해도 된다. 이제는 지자체별로 탈출구를 찾아 해결해야 한다. 그 답은 소각장 건설이다. 다른 나라들에서 그게 정답임을 알려주고 있다. 속좁은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를 줄인 말. 공공의 이익은 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반대하는 행동)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소각장 시설에서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물질은 완벽하게 제거된다. 하남시민들의 건립 환영 사례가 귀감이 되고 남는다. 우리도 쓰레기 처리 선진국들의 사례처럼 직매립률 0%로 가야 한다.

* 취재 : 최종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