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랑거리일까. 경기도 내 최대 규모에 21개의 주제원을 세심하게 배치

지난 6월 4일 파주의 확실한 자랑감 하나가 늘었다. 2015년 6월부터 임시 개원하여 사계정원 등 일부만 운영하고 있던 율곡수목원(파평면 장승배기로 392. ☎031-952-0624)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2008년의 조성 계획 수립 후 14년 동안 공을 들여 온 값진 성과물이다.
경기도 내에는 6개의 시립 수목원이 있다. 그중 율곡수목원은 34.15ha(약 10만 평)로 최대 면적을 자랑한다. 수목 보유 종수로도 여주의 황학산수목원(1973종), 부천의 무릉도원수목원(1434종)에 이어 3위의 규모로, 과천의 서울대공원(1,260종)보다도 더 많다. 수목원은 순화와 서식지 적응, 수형 조성 등에 최소 10년이 필요한데, 율곡수목원에는 관민의 합심 노력이 14년간 이어졌다. 그런 공들이기가 보태져 자랑거리로 떠올랐다.

참고로 사설 수목원까지 포함하면 용인의 한택식물원이 규모(약 20만 평)와 수종 수(약 9천여 종)에서 국내 최대다. 우리나라의 자생 초본류만도 1,250종에 달한다. 특별 종으로는 <어린 왕자>에 나와 유명해진 바오밥나무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곳 외에도 6군데(국립생태원/국립수목원/서울식물원/푸른수목원/순천만국가정원/여미지식물원)에 바오밥나무가 있지만, 2003년부터 18년간 키워 온 한택식물원 것이 가장 낫다. 어른 동화이기도 한 <어린 왕자> 속의 실물 구경은 어린이에겐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 된다.

바오밥나무. 호주산

바오밥나무. 호주산

율곡수목원만의 자랑거리

몇 가지 특장점을 꼽자면 우선 21개의 식물 주제원이 있다. 이처럼 세분화된 식물원은 매우 드물다. 숙근초류, 방향성식물, 자생식물... 등을 상세히 나누어 배치했다. 일반인의 관찰은 물론이고 전문적 학습도 가능하도록 배려한 게 읽힌다. 구절초 숲은 그 너른 면적이 압권이고, 꽃이 피면 장관이다. 전국 최대의 구절초 군락지다.

2020년 가을에 만개한 구절초들의 모습

2020년 가을에 만개한 구절초들의 모습



한국 특산 수종인 미선나무와 히어리의 대량 집단 식재는 특기할 만하다(이 두 가지는 이 <시민기자가 간다> 코너에서 올 3월 17일 자 기사로 상세히 다룬 바 있다). 천연기념물인 미선나무는 1속1종으로 전 세계적인 한국 특산의 희귀종인데, 사방댐 둑 주변에 좌우로 넓게 70~80미터에 걸쳐 심어져 있다. 공공용의 인공 식재 면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요즘 가면 미선(尾扇))이라는 이름이 유래하게 된 부채 모양의 열매를 대할 수 있다.

히어리 역시 미선나무처럼 이른 봄에 잎보다 먼저 예쁜 노란 꽃이 피는 한국 특산 식물인데, 암석원 뒤편에 집단적으로 식재돼 있다. 미선나무와 히어리는 파주 지역의 야생 상태에서는 행운이 보태져야 겨우 한두 그루를 드물게 찾아낼 수 있는 귀한 수종이지만, 이른 봄에 율곡수목원을 찾으면 그 진귀한 장관을 한 번에 대할 수 있다.

부채 꼬리 모양인 미선나무의 열매

부채 꼬리 모양인 미선나무의 열매

올봄 율곡수목원에서 피어난 히어리

올봄 율곡수목원에서 피어난 히어리

지우정(知遇停)에서도 배울 게 많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계속 배움이 이어진다. 율곡수목원의 이름은 모두 알다시피 이율곡에서 나왔다. 율곡은 이이의 호인데, 그것은 밤골(栗谷)이라는 그의 본향에서 땄다. 예전에는 향리의 이름으로 겸손하게 호를 삼은 이들이 많다. 이 율곡수목원에는 정자 하나가 있는데, 그 이름은 지우정(知遇停)이다. 지우와 율곡? 뭔말일까. 더구나 정자의 99.9%에 붙는 정(亭)도 아니고 정(停)이라니. 이것은 ‘나를 알아주는 사람과 만나서(知遇) 아예 푹 쉬어가는(停) 곳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방문객도 급한 마음을 접고 멈춰 서서 쉬어가도 좋다. 율곡수목원은 휙 돌고서, ‘나 어디 갔다 왔어’ 소리 한마디로 때울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율곡 선생이 화낸다.

지우정

지우정

지우정(-停)의 뜻은 곱새길 만하다. 율곡수목원은 한두 시간 돌아보면서, 버릇처럼 다녀왔다는 인증 도장만 찍으려 해서는 안 된다. 머물러(停) 살필수록 많은 것들을 대할 수 있다. 시간이 모자라면 짧게 여러 번 다녀오고, 하루쯤의 시간을 투자해도 좋은 곳이다. 인간은 보면서 배운다. 인간이 대단한 존재인 것은 그리해서 계속 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볼수록 득 되는 곳

수목원에는 알찬 식물 정보가 그득하고, 배치 방식에도 배려가 담겨 있다. 일례로 병꽃나무라 하면 대체로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병꽃나무, 붉은병꽃나무, 삼색병꽃나무’ 등이 있는데, 수목원에는 요즘 보이기 시작한 도입종으로 그 이름조차 최근에야 식물종 정보에 등재된 꽃병꽃나무를 군데군데 나누어 심어서 입장자들의 눈에 되풀이하여 노출되도록 하고 있다.

꽃병꽃나무. 다른 병꽃 종류와는 달리 잎이 황색이며, 외래 도입종이다.

꽃병꽃나무. 다른 병꽃 종류와는 달리 잎이 황색이며, 외래 도입종이다.

병꽃나무

병꽃나무

붉은병꽃나무

붉은병꽃나무

삼색병꽃나무. 한국 특산이다

삼색병꽃나무. 한국 특산이다


이와 같은 반복 노출 및 대비 배치에는 둥근잎말발도리와 말발도리, 유리온실 안의 은쑥나나와 애플민트 등도 있고, 산수국과 화훼종 수국 모음의 대비는 그 두 가지를 현장에서 구분할 수 있게 돕는 반짝이는 착상이기도 하다.

둥근잎말발도리

둥근잎말발도리

유리온실. 은쑥나나를 여러 그루 대할 수 있다

유리온실. 은쑥나나를 여러 그루 대할 수 있다

산수국

산수국

색색의 화훼종 수국 모음

색색의 화훼종 수국 모음

수목원을 제대로 알차게 돌아보려면 입구에 있는 ‘방문자센터’에 비치된 안내서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위에서 언급한 미선나무와 히어리는 각각 안내서의 10번과 16번 구역에 있고, 구절초 숲은 31번 구역이다. 전체를 돌아보고 5㎞의 둘렛길까지 걸어 즐기려면 반나절로는 모자란다. 시간이 모자랄 때는 그 절반쯤의 구간인 ‘구도장원길’을 찾으면 1시간 정도로도 돌아볼 수 있다. 

구도장원길

구도장원길

율곡수목원 입구의 방문자센터. 안내서가 비치돼 있다.

율곡수목원 입구의 방문자센터. 안내서가 비치돼 있다.

이 율곡수목원은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갈 수 있다. 문산역에서 적성 방향의 92번 버스를 타고 율곡수목원에서 하차하면 된다.

* 취재 : 최종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