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스포츠 종목 중 관중 동원에서 최대를 기록하는 종목은 무엇일까. 얼핏 축구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실은 야구다. 야구의 유료 관중이 축구에 비하여 3~4배나 더 많다. 프로야구가 도입되면서부터인데, 그런 인기 종목인 야구단이 파주에도 있다. ‘파주 챌린저스’. 그럼에도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파주 챌린저스’의 앞뒤 이야기를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야구는 '女'보세요 종목으로 섬세한 경기다 : 관중의 주축은 여성

코로나 사태로 관중 입장이 통제되기 전, 2019년 프로 야구의 유료 관중은 729만 명이었고 프로 축구는 183만 명이었다. 축구는 2018년의 124만 명에 비하여 약 40%의 기록적인 증가를 보였음에도, 야구가 축구 관중의 약 3.5배나 되었다.

이 야구 관중의 주축은 놀랍게도 여성들이다. 티켓 예매 사이트('티켓 링크')에 따르면 40%가 여성인데, 그중 40%가 야구장 방문 때 4~5인이 함께 온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시 말해서 여성들이 앞장서 관중을 유치한다는 말도 된다. 그 뒤로 KBO 측에서 즉시 여성을 상대로 한 홍보에 더욱 열을 올리게 된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흔히 여성들이 질색하는 것 중의 하나로 남자들이 해대는 군대 축구 이야기가 꼽힌다. 힘을 앞세워 발로 차고 뛰는, 우직 단순한 경기를 두고 남자들이 신이 나서 이야기하는 순간 축구는 ‘사내들만의 리그’가 된다. 단순한 박진감은 섬세함/정교함과 거리가 멀고, 지략과도 동떨어져 보여서 ‘무식한 경기’로 몰리기도 한다.

반면 야구는 그 복잡한 룰만치나 정교하고 섬세하여, 머리 회전이 빠르다고 여기는 여인일수록 야구에 빠지는 경향을 보인다. 함께 간 사람과 수시로 선수나 상대편 등에 대하여 해설가가 되거나, 예측가가 되어 즐길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투수의 다음 구종 선택 등을 두고. 섣부른 짐작일지 모르지만, 프로야구 개막을 기다리면서 남자친구로부터 선물로 받은 프로 야구 개막식 경기표를 버리지 않고 간직하는 여인들이 그래서도 늘어가는 건 아닐까.

단적으로, 포스트 시즌이 되면 지상파 방송들까지 정규 방송을 뒤로 물리고 앞다투어 야구 중계 방송을 편성하려 드는 바람에 그것을 돌아가면서 하자는 협약을 맺고 있을 정도로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현실이 야구와 축구의 가장 큰 차이일 듯하다.

파주에도 야구단이 있다: ‘파주 챌린저스’

파주 챌린저스(Paju Challengers)​는 우리 파주시를 연고로 하고 경기도독립야구연맹리그에 소속된 대한민국의 세 번째 독립야구단이다. ㈜한국독립야구챌린저스가 파주시의 지원하에 2017년에 설립하여 운정역 뒤편에 있는 챌린저스 파크(운정4길 54-19)를 홈 구장으로 4년째 사용해 오고 있다. 창설 다음해인 2018년에 리그 우승을 차지한 실력파 선수들의 모임이기도 하다. KBO 원년 골드 글러브(외야수) 출신의 양승관(63)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참고: 동명인 ‘챌린저스 파크’가 전남 함평에도 있다. 기아 2군 야구단의 구장 이름이다]

운정역 뒤편에 있는 챌린저스 파크. 사회인 야구도 이곳에서 열린다.

운정역 뒤편에 있는 챌린저스 파크. 사회인 야구도 이곳에서 열린다.

독립야구단이란 프로야구 리그(KBO)와는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야구단이다. 주로 프로리그에 진출하지 못하거나 방출된 프로선수들이 모여서 팀을 구성해 훈련과 경기를 하고 있다. 선수들의 최종 목표는 프로 진출이다.​ 즉, 준프로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마추어 취미 활동 모임인 사회인 야구단과는 그 수준과 내용이 다르다.

독립야구단은 주로 수도권, 곧 경기도에 집결돼 있다. 그동안 여러 개의 구단이 창설/해체되었는데 고양 원더스/수원 로보츠/용인 스텔스/용인 빠따형야구단 등이 해체되었고, 현재는 연천 미라클, 고양 위너스, 파주 챌린저스 등의 기존 팀과 새로 합류한 성남 맥파이스, 신규 창단된 광주 스코어본하이에나들, 시흥 울브스 등 총 6개 팀이 리그전에 참가하고 있다.

이 리그전을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라 하는데 이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면서 감독과 코치에 유명 선수 출신의 야구인들이 대거 합류하고 있다. 파주 챌린저스(양승관 감독. 전 NC 수석코치)를 필두로 광주 스코어본하이에나들(송진우 감독. 전 한화 총괄코치), 성남 맥파이스(신경식 감독. 전 LG코치), 시흥 울브스(진야곱 감독. 전 두산베어스 투수, 타격코치에 윤석민 전 SK타자) 등이 대표적이다.

2021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는 오는 10월까지 팀당 40경기와 결선 8경기 등 128경기를 치를 예정으로, 지난 4월 7일에 파주 챌린저스와 고양 위너스 간의 개막 경기를 광주 소재 팀업캠퍼스 경기장(2구장)에서 치렀고 파주 챌린저스가 승리했다. 팀업캠퍼스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있는 복합 스포츠 테마 파크로 국제 규격의 야구장 3면을 보유하고 있다.​

2021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 포스터

2021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 포스터

2021 리그 개막전 경기 참가 팀 선수와 임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1 리그 개막전 경기 참가 팀 선수와 임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처럼 독립야구단이 날개를 달게 된 것은 이재명 지사의 공약 덕분이기도 하다. 이 지사는 “독립야구단 지원을 통해 프로야구 진출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프로로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도는 이들의 지원을 위해 ‘민선 7기 독립야구단 활성화 추진계획’을 수립하여 제도권 밖의 독립야구단을 경기도체육회 종목단체인 경기도야구소프트볼협회(일반부)에 등록해 지원 근거를 마련했고, 2019년 ‘제1회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를 전국 최초로 열어 올해 세 번째 리그를 맞았다.​

경기도는 올해도 유튜브 채널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를 통해 팀업캠퍼스 2구장에서 하는 모든 경기를 생중계하고, 구독자를 다수 보유한 유튜버를 활용해 독립야구단 유튜브 채널과의 연계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독립야구에 대한 연고 지역 관심 확대를 위해 홈구장 경기 실시, 선수들의 기량 확보를 위한 프로 2군팀 및 대학 야구팀과의 교류전도 확대할 계획이다.​

‘파주 챌린저스’의 혁혁한 성과

파주 챌린저스는 2018년과 2020년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고양 위너스를 꺾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파주 챌린저스의 김동진 선수가 2021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지명됐고, 안찬호 선수가 두산베어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하는 성과를 거뒀다.

‘육성 선수’란 정식 드래프트(신인 지명)에서 선발되어 정규 선수로 등록된 구단별 63명 정원 외의 선수로, 신고만 된 선수를 말한다(그래서 예전에는 ‘신고 선수’라 했는데 현재는 육성 선수로 개칭되었다). 당연히 정규전에서는 선수로 뛰지 못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63명 내에 들어야만 출전이 가능한데 키움의 서건창 선수가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에 든다. ​신인 지명은 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데다가 가능성을 보이는 선수가 육성 선수로 영입된다.

그동안 파주 챌린저스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리그전 최종 우승 2회 기록은 물론이고, 2017년 설립 이래 다음과 같이 해마다 2명 이상의 선수들을 프로 선수로 배출했다: 김호준/현도훈/윤산흠/구장익/안찬호(두산 베어즈), 이재영(넥센 히어로즈), 신제왕(기아 타이거즈), 송윤준(한화 이글즈), 김동진(삼성 라이온즈), 한선태(LG 트윈스). 그중 특히 2018년에 LG에 입단한 한선태는 비선수 출신 1호로 야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파주 챌린저스는 독립야구단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구단에 든다. 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프로 선수 배출에서도 단연 앞선다. 대표적인 팀들이 나서는 올해의 개막전에서도 승리했다. 파주의 자랑스러운 자산 중 하나다.

2021 개막 경기 모습(화면 캡처)

2021 개막 경기 모습(화면 캡처)


파주 챌린저스가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은 하나다. 좀 더 많은 관심과 응원, 그것이면 된다. 유튜브 채널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에서 모든 리그전이 중계된다. 개막전은 스포츠 채널 방송에서 생중계했다. 모든 스포츠의 연고지 팀은 그 지역의 성원과 사랑이 성장.발전의 토대가 된다. 그걸 먹고 자란다. 파주 챌린저스의 빛나는 앞날 역시 파주 시민들의 그것에 달렸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운정역 뒤편 챌린저스 파크에는 오늘도 땀 흘려 뛰고 있는 파주 챌린저스의 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응원이 된다. <끝>


* 취재: 최종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