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난해에 이어 지금까지도 지루하게 이어지는 코로나 19 한파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진저리치고 있다. 코로나에 빼앗긴 파주 들녘에도 봄은 다시 찾아오고 있는지, 겨울 막바지에 바쁘게 일손을 놀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기에 이른 봄을 찾아 길을 나섰다.

적성면 식현리의 토마토 농가

삼광고등학교 앞에 있는 곽중석 대표의 토마토하우스 면적은 7,300 ㎡, 17,000개 정도의 토마토를 일 년에 두 차례 심어 수확한다. 곽 대표는 1998년 이후로 줄 곳 토마토만 재배했으니 토마토에 관해서는 박사라고 해도 틀린 말을 아니다. 토마토는 양액재배(養液栽培) 방식으로 흙 없이 인공토양이 담긴 구조물 위에 토마토를 심어 물과 수용성 비료를 영양 상태에 따라 자동시스템으로 공급한다. 

토마토 모종판을 들고 있는 곽중석 대표

토마토 모종판을 들고 있는 곽중석 대표

눕혀놓은 토마토 모종의 뿌리에 양분공급용 플라스틱 튜브를 꽂고 있다.

눕혀놓은 토마토 모종의 뿌리에 양분공급용 플라스틱 튜브를 꽂고 있다.

2월 중순 토마토를 모종한다기에 시간에 맞추어 토마토 농가를 찾았을 때, 곽 대표를 포함한 네 사람의 일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주 육묘장에서 지난 12월 중순에 종자 파종한 K스타 808의 모종이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다. K스타 808은 우리에게 친숙한 어른 주먹 크기의 분홍색 토마토 품종이다. 모종 한 개씩 모판에서 꺼내어 인공토양이 담긴 구조물 위에 눕혀놓고 지나가면 다른 일손들이 양분을 공급하는 플라스틱 튜브를 모종 뿌리에 꽂는다. 양분이 공급되기 시작하면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뿌리가 인공토양 속으로 내리며 토마토가 스스로 곧추서며 자리를 잡는다.

곽중석 대표는 “오늘 모종을 마치면 이달 말쯤 꽃이 핍니다. 꽃이 피고 나서 60일이 지나면 수확을 시작하지요. 5~7월까지 출하합니다. 적성면에 토마토 재배 농가가 한때는 30여 곳이 넘었는데, 지금은 많이 없어지고 10여 곳이 남아 토마토 재배를 해오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방울토마토를 심어봤는데, 코로나로 수요가 줄며 가격형성이 어려워져 커다란 손실을 봤습니다. 올해 경기도 어려워 보여 신나지 않네요. 코로나가 빨리 잡히고 경기가 활성화되기를 바랄 뿐입니다.”라며 걱정스레 말한다.

저쪽 한편에서 혼자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과 얘기를 나눠 보았더니 의외의 인물이었다. 그는 차광회 적성파출소장이다.
차 소장은 “요즘 같은 농번기에는 대민봉사 차원에서 돌아가며 일손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봉사하고 있습니다. 봄, 가을로 대민봉사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데 화훼농가, 인삼농가 등을 찾아 도왔습니다. 곽 대표님의 요청으로 작은 일손이라도 보태려고 달려왔습니다. 저를 비롯한 적성파출소 경찰들은 앞으로도 급한 일이 아니면 대민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라고 얘기한다.

* 토마토 농가
- 위치: 파주시 적성면 식현리 338-5
- 연락처: 010-9033-5451

마술장미 재배하는 늘봄농원

2008년에 25℃ 이상의 온도에서 장미의 색깔이 바뀌는 ‘마술장미’로 특허를 출원하여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임주완 대표의 늘봄농원을 찾았다. 코로나 19로 어느 곳보다도 타격이 큰 곳 중의 하나가 화훼농가이다. 임 대표의 안내를 따라 조심스레 화원 안으로 들어가자 이내 높은 온습도로 안경알이 뿌옇게 변한다. 때마침 봉긋한 봉우리의 장미 채화 작업이 한창이었다. 

출하할 장미 채화 중인 임주완 대표

출하할 장미 채화 중인 임주완 대표

출하용 장미를 부지런히 다발로 수확하는 모습

출하용 장미를 부지런히 다발로 수확하는 모습

임 대표는 작물 재배를 시작한 지 30여 년이 흘렀다고 한다. 초창기는 장미재배 농가가 많지 않았고, 가격 또한, 좋아 그야말로 호시절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장미재배 농가가 늘어 경쟁도 심해지고, 환경 및 시설 투자비 증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생산비는 오르는데 장미의 시장가격은 그대로여서 경제적인 압박이 심했다고 한다. 그에 대한 타개책으로 고부가가치의 상품을 개발하고자 2년 가까이 각고의 노력으로 ‘마술장미’를 완성했다고 한다.

출하를 앞두고 있는 매직 장미

출하를 앞두고 있는 매직 장미

임 대표는 “한때 그런 상품이 처음이어서 많은 호평을 받았어요. 특히 일본에 높은 가격으로 수출하면서 호황을 누리기도 했죠. 꾸준히 수출했지만, 차츰 이런 기술이 보편화 되면서 가격경쟁력도 떨어지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까지 겹쳐 저뿐만 아니라 모든 화훼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호주에서 관심을 표명하여 요즘 샘플 수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판로개척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라며 힘주어 말한다.

‘마술장미’는 경기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국산품종 ‘비스트’를 채화하여 가공 및 특수 색소처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핑크와 빨간 꽃은 흰색으로, 보라색은 파란색으로, 오렌지색은 노란색의 장미로 색깔이 바뀐다. ‘마술장미’는 출하하여 시들기까지 15일 정도를 생화로 볼 수 있다. 장미가 시들어도 일반 장미는 버리지만 ‘마술장미’는 거꾸로 매달아 말려놓아도 색상이 변하는 특성은 남아있어 오래도록 감상 할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어 국내외 시장경기가 침체 되어 많은 농가도 예외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좌절하지 않고 내일의 희망을 쏘며 오늘도 바삐 일손을 놀리는 그들을 보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영화, 엔딩 장면에서 비비안 리가 읊조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라는 긍정과 희망이 담긴 명대사가 떠오르는 하루였다.

* 늘봄농원
- 위치 : 파주시 조리읍 뇌조리 55-1 (늘봄농원)
- 연락처 : 031-944-9325

* 취재 : 김명익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