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4대 명물이 있다. 임진강에서 잡히는 황복과 참게, 그리고 파주 일원에서 재배되는 장단콩과 개성인삼이 그것이다. 황복이 잡히기 시작하면 중앙 일간지에 소개될 정도이고, 장단콩과 개성인삼을 위해서는 축제까지도 열린다.

역사를 지닌 것들이 모두 그러하듯, 이 4대 명물에도 사연이 있다. 어제와 오늘의 상황에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그 앞뒤 이야기들을 2회에 걸쳐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회에서는 명물 1호인 임진강 황복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고, 현재는 그 거울의 각도다. 과거를 바라보는 현재의 시선이 미래의 내용물을 결정한다. 역사에서는 물론이고 개인사에서까지도. 인간도 태어난 순간에는 유일해서 고귀했던 존재, 곧 진품(珍品) 명품이 아니었던 이는 한 사람도 없다. 우리가 바로 지금 오늘에 더 충실히 몰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주변의 오랜 명물들을 오늘 돌아볼 필요는 그래서도 있다.

임진강 황복의 어제와 오늘

황복은 생애를 바다에서 지내는 바닷고기 복들과는 달리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 지역에서 산란하는 특이하고도 특별한 복이다. 우리나라 서해 연안에 서식하는 고부가가치 특산종으로 환경부로부터 1996년 멸종 위기어종 II로 지정되어, 남획 방지 차원에서 어업 면허 소지자만 잡을 수 있다.

특별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외모, 몸값,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독성과 체구)에서 유별나고, 어획량 급감과 양식 황복의 출현 등은 속앓이로 작용하고 있다. 이것들의 사연을 돌아보면서 어설프게나마 미래의 밑그림도 스케치해 보기로 한다.

황복은 사진에서 보듯 외모에서 다른 복들과 달리 배에 가시가 있고 옆구리에 노란 줄무늬가 있다. ​그 때문에 황복이라는 명찰을 달게 되었다.

황복. (출처: 파주시)

황복. (출처: 파주시)

황복회. 종잇장처럼 매우 얇게 써는 게 특징.(장단가든 제공)

황복회. 종잇장처럼 매우 얇게 써는 게 특징.(장단가든 제공)

황복은 몸값도 특별하다. 임진강에서 황복이 잡히기 시작하면 한때는 ‘회 한 점이 금값인 황금 물고기 황복이 돌아오다’란 제목으로 대서특필되기도 했다(동아일보 2004-10-04). 그만치 몸값이 어마어마해서 한때는 마리당 30만 원을 넘기도 했고, 현재도 소비자 가격 기준 20만 원 안팎이다.

이 황복의 양식에 성공한 것은 2012년부터다. 충남도수산연구소에서 연구를 시작하여 최초의 치어 방류가 2013년에 이뤄졌다. 그러나 양식과 자연산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자연산은 체구가 두 배 가량으로(약 700g) 독이 있는 반면에, 양식산은 체구가 작고(300g 전후) 독이 없다. 그러나 저작감(특히, 쫄깃쫄깃함)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임진강으로의 회귀를 위해서는 그만치 근육이 발달돼야 해서다. 맛을 아는 이들은 그래서 자연산을 찾는다.

자연산 황복은 이처럼 크다

자연산 황복은 이처럼 크다

복어에는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 TTX)이라는 맹독이 있다. 표에서 보듯, 그 독이 들어 있는 부위와 독성의 정도는 복의 종류마다 다르다. 황복은 난소의 것이 맹독이고, 간/껍질/장은 그보다 낮은 강독으로 분류된다.

어의 종류 및 부위별 독성(자료: 이태원 충남대 교수) 표로 복섬(난소,정소,간,껍질,장,근육), 흰점복(난소,정소,간,껍질,장,근육), 졸복(난소,정소,간,껍질,장), 매리복(난소,간,껍질,장,근육), 검복(난소,간,껍질,장), 황복(난소,간,껍질,장), 자주복(난소,간,장), 까치복(난소,간,장), 밀복, 청복(간,껍질,장),가시복,강담복,거북복,육각복 등이 있으며 맹독, 10g이하로 치명적, 강독, 10g이하로는 치명적이지 않음, 약독,100g이하로는 치명적이지 않음, 무독 에 대한 설명입니다.

<표> 복어의 종류 및 부위별 독성(자료: 이태원 충남대 교수)

양식 복어에는 독이 없지만, 양식 복과 자연산을 함께 섞어 놓으면 양식에도 독이 옮아간다는 게 연구 결과 밝혀졌는데, 복어 독은 먹이로 취하는 플랑크톤과 주변 세균이 그 원인이라서라고 한다.

예전에 복을 요리하려면 일반 요리 자격에 더하여 복요리 자격증을 지녀야 한다는 말이 오랫동안 구전되었다. 한마디로 낭설이었는데, 최근에야 법(식품위생법 시행령 36조. 2021.2.2. 시행)이 개정되었다. 식품접객업 중 복어독 제거가 필요한 복어를 조리.판매하는 영업을 하는 자는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복어 조리 자격을 취득한 조리사를 두어야 한다.

황복은 4~5월에 주로 잡히는데, 5월 20일경이 최적기다. 문제는 어획량이다. 20여 년 전에는 연간 100톤, 10여 년 전에는 50톤이던 어획량이 5~6년 전부터는 10톤 미만으로 줄어들었고, 2019년에는 임진강 전체에서 잡은 황복이 1톤도 채 되지 않았다.​ 작년의 사정도 좋아지지 않았다. 더구나 봄 가뭄이 심했다. 황복은 민물 지역에서 산란하기 때문에 비가 적게 내리면 그 영향을 받는다. 비가 많이 내리면 급류에 휩쓸려가는 바람에 어획고가 줄어드는 참게와는 사정이 정반대다. 지난해 참게 어획량은 가을비가 많이 내려 확 줄었다. 황복과 참게 어획에 의존하는 파주 어촌계(031-958-8007)는 그래서 하늘의 도움도 절실하다.

생계를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어획량 급감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파주의 어부들은 어구까지도 휩쓸고 간 2016년의 황강댐 불시 대량 방류[초당 400톤, 2회]를 주원인으로 꼽지만, 이완옥 박사(전남대) 등의 전문가 그룹은 그것을 일부 원인으로 본다. 하구 지역 생태계 교란으로 인한 산란장 파괴와 남획도 한몫한 것으로 본다.

그 대책의 하나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 파주시의 지속적인 치어 방류다. 해마다 30만~70만 마리 규모로 어린것들을 방류하고 있다. 나가서 쑥쑥 커서 돌아오라는 그 염원에 파주시 어촌계도 뜻을 같이하여 황복 부화장 사업을 위해 기꺼이 어선 1척당 150만 원의 방류 예산을 부담하기도 했다. 파주시는 이 황복 외에도 참게, 동자개(빠가사리), 쏘가리 등의 치어 방류를 위해 매년 2억 원 가까이를 들이고 있다.

그동안 화려한 조명을 받던 황복의 급격한 위상 추락과 그 회복은 요긴하고도 중대한 과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획량 격감의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한 종합적인 실태 조사와 연구가 먼저 이뤄져야 할 듯하다. 하구 지역인 김포-강화-한강 주변을 비롯하여 임진강 지역을 포함한 광역 생태 조사가 관련 지자체와 협업으로 시행돼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유효한 대책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의 치어 방류는 계속 확대 시행되어야 한다. 당초 목표대로 매년 200만 마리를 방류해 그중 5~10%인 10만~20만 마리(15~30톤)만 돌아오게 해도 1차적인 목표는 달성된다. 이 사업에는 지금도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김포시와 강화군의 적극 동참도 필수다. 황복이 통과하는 여울목을 앞에 두고 있어서, 황복마을이라는 푯말까지 달고 있던 강화도 창후리 포구(교동도행 페리 승선 포구) 역시 하루 몇 마리 수준으로만 황복이 잡히고 있다.

임진강 황복의 명성 쇠퇴는 파주 어부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파주시 명물 1호의 심각한 퇴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황복 축제의 개최 지원과 파주시의 적극적인 홍보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티브이 화면 등에서 양식 황복을 맛있게 먹으면서 그것을 임진강 황복과 비견하는 장면을 보면 파주 어민들이야 복장이 터질 노릇이지만, 그 소비자들을 탓할 수는 없다. 홍보 부족일 뿐이므로.

어획량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황복의 소비자 가격 인하를 위해 적극 노력할 필요도 있다. 마리당 10만 원대에서 맛볼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의 가격은 황복 매니아들이 아니고는 선뜻 선택하기에 부담이 있다. 참게 가격의 정상화 경험이 좋은 스승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맞물릴 때, 임진강 황복의 옛 명성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더구나 파주는 그런 경험도 있다. 참게 치어 방류와 어획고 증가 덕분에, 지나치게 고가로 형성되어 부담스러웠던 참게 가격이 정상화되어 중국 수입산 참게와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던 확실한 경험도 있다. 황복과 참게가 많이 잡히던 적성면 두지리는 파주의 앙증맞은 상징인 황포돛배도 운행되는 곳이다. 황복을 맛본 뒤 그 배에 올라 임진강 선유(船遊)로 멋지게 마무리하기, 황복 축제의 대미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명물은 그것을 진정으로 아끼고 챙기는 손길이 있을 때 명성이 유지된다. 명불허전과 유명무실의 차이는 그 실속에 있다. 실속과 알속을 채우는 건 관심과 정성이다. 때를 놓치지 않는 노력이 보태져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 취재 : 최종희 시민기자(jonych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