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천(兜率天)이란 수미산 꼭대기에서 12만 유순 위에 있는, 장차 부처가 될 보살이 사는 곳이란다. 수미산이란 세상의 중심이고, 1유순은 40리쯤 된단다. 그래서일까. 도솔암이란 이름을 들으면 산꼭대기를 쳐다보게 되고, 단출한 전각과 빈손 모아 쥔 스님을 떠올리게 된다.
고령산 도솔암도 영락없었다. 요사, 승당, 삼성각, 극락전. 달랑 네 채가 성냥갑처럼 이리저리 놓였는데, 그나마 삼성각 하나 빼놓곤 모두 천막을 뒤집어썼다. 오래 버텨온 끝에, 이제 그만 드러눕고 싶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입술을 떼기도 전에 청빈이란 말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