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하도서관 '소북소북' 전시 안내

교하도서관 '소북소북' 전시 안내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나려나려 이제 여기/ 고웁게 나려// 두북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 눈 열고// 가슴 환히/ 헤치다(이중섭, 소의 말)”
엄혹한 시대를 살다간 화가 이중섭이 지은 시 ‘소의 말’이다.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1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교하도서관(관장 이인숙) 1층 문헌정보실 입구에 <소북소북> 이라는 주제로 소띠 해의 주인공 소를 담은 도서전 ‘소북소북’을 운영한다(이 외에 각 자료실 별로 소를 주제로 한 코너 설치). 전시된 도서와 영상은 19권(영상 2편 포함)이다.

[전시 자료]
- 소를 생각한다(존 코널, 쌤앤파커스, 2019)
- 비틀거리는 소: 아이바 히데오 장편소설(아이바 히데오, 엘릭시르, 2020)
-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김도연, 열림원, 2007)
- 바다로 간 진흙소(박호영, 서정시학, 2014)
- 소: 김기택 시집(김기택, 문학과지성사, 2005)
- 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 예술로 태어나 사랑으로 살다간 화가 이중섭의 새로운 신화(허 나영, 아르테, 2016)
- 소: 땅과 사람을 이어주던 생명(최수연, 그물코, 2011)
- 의리를 지킨 소 이야기(이기웅, 열화당, 2007)
- 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 명랑한 소들의 기발하고 엉뚱한 일상(로저먼드 영, 양철북, 2018)
-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도(먼로 리프, 비룡소, 2006)
- 웃는 암소들의 여름(아르토 파실린나, 쿠오레, 2008)
- 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 고기도 가죽도 아닌, 한 생명에 관한 이야기(캐스린 길레 스피, 생각의 길, 2019)
- 아빠 소 되다(핼리 해성, 한림, 2015)
- 소와 흙(신나미 교스케, 글항아리, 2018)
- 칡소를 묻다(김진수, 잉걸, 2015)
-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임순례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2010)
- 암소들(훌리오 메뎀 감독, 무비스톤, 2011)

소를 주제로 한 책들(1)

소를 주제로 한 책들(1)

소를 주제로 한 책들(2)

소를 주제로 한 책들(2)

파주 시민이라면 특별히 이기웅 열화당 대표가 지은 <의리를 지킨 소 이야기>를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이 대표는 파주출판도시를 기획하고 설립에 앞장섰다. 1980년대 말 출판인 몇 명과 함께 좋은 책을 만드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 결과 1999년 9월 9일에 ‘꿈과 예절이 흐르는 문화산업도시 설계와 건설’이라는 주제로 출판도시건립의 시초가 될 인포룸 개관 기념식을 열었다. ‘꿈과 예절’의 의미는 “우리의 옛것(예절)을 오늘에 맞게 계승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미래(꿈)를 가꾸어 가자,”이다.

이기웅 대표의 '의리를 지킨 소'(왼쪽 상단)를 비롯하여 소를 주제로한 책들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이기웅 대표의 '의리를 지킨 소'(왼쪽 상단)를 비롯하여 소를 주제로한 책들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이기웅 대표는 ‘예절’은 그때 함께 했던 이들의 서로를 향한 ‘의리’와 ‘신의’로 정의한다. 그는 소장하고 있던 책 중, 조선 숙종 30년(1704)에 조구상(1645~1712)이 간행한 목판본 <의열도> 중에서 ‘외우도’ 여덟 장면을 채색하여 ‘북시티에서 엮은 이야기 책’ 첫 번째로 <의리를 지킨 소 이야기>를 엮어냈다.

내용은 이렇다. 선산군 문수점에서 기년이라는 사람이 암소로 밭을 갈고 있었다. 그러던 중 호랑이가 소를 습격했다. 기년이 호랑이를 쫓으려 하자 호랑이가 이번에는 기년을 습격한다. 이를 본 소가 호랑이를 무찔러 죽게 한다. 기년은 호랑이 습격으로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로 인해 20일 후에 죽게 된다. 그는 죽기 전에 소를 팔지말 것이며, 소가 죽어도 고기를 먹지 말고 자기 무덤 옆에 장사지내도록 한다. 소는 기년이 죽은 뒤 3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죽는다(출처: 이기웅 엮음, 의리를 지킨 소 이야기) .

농경사회에서 소는 큰 자산가치가 있었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학교에서 각 가정의 재산목록 조사에도 소가 있는지 없는지도 있을 정도였다. 소 외양간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보통 아랫방 옆에 붙어 가족처럼 함께 살았다. 불교에서는 사찰에 가면 십우도 혹은 심우도라 하는 그림이 있다. 이는 수행자가 참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10단계로 그린 것이다. 소는 참나를 일컫는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소는 생활과 종교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기년과 소처럼, 파주 출판인들의 ‘의리’와 ‘신의’로 파주의 자랑인 세계에서 유일한 책마을인 파주출판도시가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신축년 새해 소를 담은 책을 읽고 소의 상징인 성실, 끈기, 헌신과 더불어 ‘의리’와 ‘신의’를 새기는 신축년 새해가 되면 어떨까 한다.

*취재 :  최순자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