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풍속에 창포 삶은 물에 머리 감고 그네와 씨름을 즐겼다는 단오(端午)를 하루 넘긴 무더운 날 오후, 파주시 법원읍 가야 4리 마을회관 근처로 차를 몰았다. 가야4리 주민과 법원읍 상인회가 함께 일구어 놓은 해바라기 꽃밭이 올해도 어김없이 활짝 피워 동네잔치를 벌인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제 6회 해바라기 꽃밭 축제' 시작을 알리는 축하 공연 모습

화사하게 피어나는 해바라기는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붙잡기에 제격이다. 13,000㎡ 규모의 해바라기 꽃밭을 조성하고 법원읍 100년 사진 전시도 함께하고 있다. 드넓은 들판 위에 가득 핀 해바라기를 보니, 사진에 담아보고 싶은 마음이 끓어오른다. 벌써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여기저기서 해바라기와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가야4리에서 만난 해바라기 꽃밭

 '일편단심,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지닌 해바라기 얼굴

고양시에서 왔다는 김명아씨는 “대화동에 사는데 올해도 해바라기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남편과 함께 찾았다. 3년 전에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고 해마다 왔었는데, 그전에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라서 썰렁하고 허전해서 아쉬움이 많았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해바라기가 활짝 피고, 먹거리 시장도 풍성하게 펼쳐져 보기에도 좋다. 활짝 핀 해바라기를 혼자 보기가 아까워 친구들도 불렀다. 지금 달려오고 있다. 호호호“ 웃으며 말하며 멀찍이 있는 옆지기를 이리 오라고 손짓한다.

해바라기에 빠져 마냥 행복한 김명아씨

법원읍 가야4리는 2016년 적성면 무건리 훈련장 권역화 사업으로 이주민 29가구가 정착한 농촌 마을로, 거주민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동네 주민들은 마을 가꾸기에 힘을 모아 꽃길과 마을 정원이 아름답다. 마을과 함께 어우러진 해바라기 꽃밭의  탐방로 여기저기에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어 배경 삼아 추억을 담아보려고 옹기종기 몰려있는 일행들이 보인다.

포토존이 설치된 해바라기 꽃밭

포토존에서 언니와 함께 사진을 찍던 한정옥씨는 “서울에서 왔다. 언니가 법원읍에 살아 가끔 찾는데 해바라기 축제가 시작된다고 해서 서둘러 왔다. 법원읍은 조용하고 정감이 가는 마을이다. 아름답게 핀 해바라기를 바라보면 우울했던 마음도 이내 밝아진다. 내년에도 언니를 찾아 해바라기를 만나러 다시 올 예정이다” 이왕이면 이쁘게 찍어달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는다.

포토존에 앉아 수줍게 포즈를 취해주는 한정옥씨

다른 한편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일행이 있기에 다가갔다.

 해바라기를 담기에 여념이 없는 사진 출사자 일행

카메라를 목에 건 남숙자씨는 ”고양문화의집에서 사진을 배우고 있다. 사진반의 동료로부터 ‘해바라기 꽃밭 축제’가 펼쳐진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친구랑 같이 먼 길을 찾았다. 해바라기를 담아보려고 여기저기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생각만큼 잘 안된다. 오늘따라 강렬한 햇빛과 미세먼지가 하늘을 가려 아름답게 만개한 해바라기가 빛바래 안타까울 따름이다. 장맛비가 내리기 전, 이른 아침이나 석양이 지는 저녁에 시간을 만들어 다시 찾아볼 생각이다“라며 무더운 날씨에 연신 손부채를 부치며 찍은 사진을 몇 컷 보여준다.

카메라를 목에 걸며 멋진 포즈를 보여주는 남숙자씨

축제를 기획하고 추진해온 법원읍 상인회 이성수 회장은 “해바라기 꽃밭 축제가 펼쳐지는 이곳, 법원읍 가야4리 마을 일대는 국방부 소유의 나대지(*)이다. 동네 주민들이 노는 땅에 들깨라도 심어 수익을 창출해보려고 국방부에 건의하여 재배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수익이 없자 차라리 꽃을 심어 동네를 이쁘게 가꾸고, 축제도 열어서 지역 경제를 살려보자는 취지로 의견을 제시하였다. 가야4리 주민들과 법원읍 상인회 회원들의 만장일치로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슨 꽃을 파종하면 좋을까 여러 궁리를 하다가 수익 창출도 가능하고, 꽃말이 ”일편단심, 기다림“이라는 해바라기가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다. 하지만 해바라기 개화가 9월이면 연천 호로고루성의 해바라기 축제와 같은 시기로 규모 면에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개화 시기를 앞당겨 차별화해보고자 시험 재배를 거친 것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개화 시기를 6월로 앞당겨 차별화된 법원읍만의 ‘해바라기 꽃밭 축제’로 이어져 벌써 6년째 펼쳐지고 있다. 축제 현장에 오면 만개한 해바라기는 물론, 여러 기관의 공모사업으로 사진전과 같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함께할 수 있다. 비록 축제는 끝나더라도 해바라기는 7월 초까지 피어있으니 한번 와보시길 추천한다”라며 힘주어 말한다.

6월 중순부터 핀 법원읍 해바라기는 7월 초까지는 만날 수 있다. 정상적인 개화 시기보다 3개월 일찍 핀 해바라기를 접하는 즐거움은 색다르다.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와 겹쳐 장맛비로 꽃이 상할 수 있으나, 운이 좋다면 오히려 싱싱한 ‘일편단심, 기다림’의 해바라기를 만나는 행운도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장맛비에도 견뎌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대지(*) 건축물이 없는 토지로 공적 부담은 있으나, 사적 부담이 없는 토지를 말함.

<법원읍 가야4리 >
위 치: 파주시 법원읍 사임당로 770번길 27-20 인근 공터
교통편: 금촌역 출발 600번 버스 (대능리 하차, 걸어서 7분)
문산역 출발 11번 버스 (동원아파트 하차, 걸어서 3분)

취재: 파주알리미 김명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