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도 아름다우며 매우 특별한 전시회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DMZ 사람들’이라는 이상하고도 아름다우며 매우 특별한 전시회가 2022년 3월 25일부터 5월 24일까지 열리고 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건물 1층에 위치한 특별전시실에 가면 관람할 수 있다.

이상하게 특별한 전시회라는 건 표현 방식과 제재, 그리고 주제 접근 태도가 흔히 대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서다. 표현 방식 면에서 일반적인 미술 전시회에서 흔히 대하는 것들과는 좀 다르기 때문에 얼른 친숙해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전체적인 제재도 전시회 제목대로 ‘DMZ 사람들’의 앞뒤와 주변, 그리고 미래까지도 아우르고 있다. 그리고 세 작가 모두가 그것들에만 집중하고 있다. 작가와 협업 참가자들도 흔히 대하는 일반적인 화가들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독특하다.
그러면서도 매우 아름답다. 동족상잔의 6.25전쟁 →분단 →DMZ →육지 안의 섬 같은 ‘통일촌’과 그 안의 사람들을 떠올리면 애잔함과 쓸쓸함이 고여오기 마련인데, 전시회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그런 선입견은 어느새 녹아내린다. 작품들 자체도 객관적으로 아름답지만, 그것들을 대하고 나서 관객인 우리들 안에 고이는 느낌은 그냥 ‘아름답다’로 귀결된다. 그 작품들에 담아내고 끌어안은 작가들의 그 따뜻하고 애절한 느낌이 우리에게 정제된 간절함으로 다가오는 순간, 저절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결곡하게 맺힌다.

이 전시회에는 크게 나누어 세 작가(이부록, 리덕수, 임흥순)의 7부문 작품이 참가하고 있는데, 이를 포괄하자면 ‘복합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설치 미술품들도 적지 않은데, 전시 장소에 따라서 위치와 크기를 바꾸어 설치를 할 수 있는 ‘가변(可變) 설치’라는 점에서 독특하고 발전적인 형식이다. 작가 리덕수와 이부록이 출품한 이러한 가변 설치 작품이 4편에 이르는데, 작품과 한 몸이 되기 위해서는 이 가변 설치라는 해설을 꼭 이해해 둘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이 작품들의 확산력과 시간 폭 확대 가능성 등이 내재돼 있음을 가변 설치에서 읽어낼 때 그 의미가 제대로 다가온다.

또 비디오 예술가인 임흥순의 3작품 또한 흔히 대하는 것들과는 전개와 표현 방식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2채널 비디오로 제작된 ‘고야(古夜)’는 백석의 시에서 따왔는데 의미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 아래에는 영문 표기 ‘Old Night’이 부기돼 있다. 작품 소풍은 매우 독특한 형식의 그리기 프로젝트의 결산물이다. 통일촌 주민인 윤석산 선생의 유화 7점에, 인터뷰 녹취록(이연희), 그리고 그 녹취를 기반으로 가천대 회화과 전공 학생들이 그걸 재해석하는 작품들의 연합군 형식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흑백 필름으로 제작한 영화 전망대는 2층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작품들 엿보기와 맛보기

전시된 작품들은 대부분이 대형이거나 복합 설치여서 전체적인 모습을 한 장의 사진에 담기는 쉽지 않다. 글로서는 엿보기 정도다. 양 역시 적지 않아서 기사 하나에 다 다룰 수 없다. 소제목에 엿보기와 맛보기로 적은 이유다.
이부록의 <워바타_스티커프로젝트 2022>는 설치 크기를 장소에 따라 변경할 수 있는 복합 설치 작품이다. 관람객들이 임의로 스티커를 옮겨 놔도 된다.

이부록의 워바타 프로젝트

이부록의 <워바타 프로젝트>

이부록의 도보가방 재활용 가방, 가변 설치 작품

이부록의 <도보가방> 재활용 가방, 가변 설치 작품

‘워바타(warvata)’는 이부록 작가가 창조한 신어로, 전쟁(war)과 아바타(avatar)의 합성어다. 전쟁을 매개로 한 상황들을 이미지로 표현하려는 의도에서 기획한 작품이다. 작가는 실제로 작품 제작을 위해 통일촌에서 일시 거주하기도 하면서, 전쟁의 잔흔에서 평화를 꿈꾸는 주민들의 맘속 풍경을 표현하고자 애썼다. 그 밖에도 <워바타_DMZ Museum 2022>라는 가변 크기의 시트지 작품도 전시하고 있는데,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대형 작품이다.

페트병과 재활용 가방을 활용한 <도보 가방>이라는 가변 설치 작품 또한 대형 작품으로, 2018년 DMZ 일대에서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 장소인 도보다리와 판문점을 상징하고 있다. 당시 남과 북의 두 정상이 두 손을 맞잡았던 순간을 기억하며 향후, 이산가족들이 그 가방에 선물을 담고 그리운 북쪽의 가족, 친인척들이 만나게 될 날을 기약하기를 바라는 작품이라고 한다.

아래 작품은 리덕수의 <더 이상 내게 싸움이 남아 있지 않다면>이라는 단채널 영상과 목재 구조물의 복합 설치물이다. 이 또한 가변 설치가 가능하다. 리덕수는 통일촌과 해마루촌을 산책하면서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마을을 관찰했고, 그러면서 언젠가는 남과 북을 자유로이 오가는 꿈이 이뤄지리라는 희망을 표현하기 위하여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그런 꿈을 깊이 간직하고 되새기기 위한 공간으로 작품 설치실 전체를 ‘사색의 방’으로 별도 작명도 했다. 이 작품은 쓱 보고 지나서는 그 의미 해득이 어렵다. 나무 틀 앞에서 화면을 지긋이 지켜보고 있어야 노인의 움직임이 보인다.

리덕수의 더 이상 내게 싸움이 남아 있지 않다면 작품 속 노인의 뒷모습

리덕수의 <더 이상 내게 싸움이 남아 있지 않다면> 작품 속 노인의 뒷모습

영상 앞에 있는 나무 틀이 영상 속에도 그대로 놓여 있는 이중 구조

영상 앞에 있는 나무 틀이 영상 속에도 그대로 놓여 있는 이중 구조다.

리덕수(Redux)는 매우 매우 특이한 작가다. 그의 구체적 신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미술계에서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인물’, ‘북(北)의 선전 구호로 남(南)의 일상을 그리는 작가’ 등으로만 알려져 있다.

임흥순의 작품들은 복합 미술이다. <소풍>처럼 참여 작가들이 다수인 것도 있고, 통일촌 주민 인터뷰와 참고 이미지들을 결합하여 과거와 현재, 자연과 생태, 미래의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면서 DMZ를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의 공간으로 표현한 2채널 비디오 작품 <고야>도 있다. 2층의 극장에서는 그의 흑백 영화(25분 36초) <전망대>가 관객 유무와 관계없이 조용히 상영되고 있다.

임흥순의 소풍 프로젝트

임흥순의 소풍 프로젝트

임흥순의 2채널 비디오 고야

임흥순의 2채널 비디오 <고야>

2층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전망대

2층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전망대>

통일전망대를 방문하면 이런 특별 전시 외에도 늘 대할 수 있는 것들 중에도 의미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2층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산가족들의 오랜 고통들이 남긴 수많은 당사자 사진들은 역사적 기록물 수준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통일 기원 휘호를 동판에 담아두고도 있다. DMZ 철조망을 피아노 철선으로 삼아 만든 ‘통일 피아노(일명 철조망피아노)’는 1층에서 2층으로 옮겨져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만치 몇몇 가지들은 새롭게 꾸며서 오래 전에 찾은 이들을 새 모습으로 맞고 있다.

DMZ 철조망의 철선으로 만든 ‘통일 피아노’

DMZ 철조망의 철선으로 만든 ‘통일 피아노’

통일 피아노 사진

실제 연주도 가능하지만,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오두산통일전망대를 오르는 산길의 벚나무들은 거수목급들이다. 벚꽃 철이 되면 그 길은 꽃길이 되고 셔틀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모습도 장관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보행자 전용도로가 닫혀 있지만, 머지않아 개방되리라 기대해 본다.

* 국립통일교육원 오두산통일전망대 (http://www.jmd.co.kr/)
- 위치: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9 ☎ 031-956-9600
- 운영시간 : 화~일요일(매주 월요일 휴관. 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익일 휴관)

* 취재: 최종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