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산 정상은 적성면 구읍리의 적성향교에서부터 20분이면 족히 오를 수 있다. 나지막한 야산이라고 만만하게 보기 쉽지만, 정상에 서는 순간 탁 트이는 전망에 놀라게 된다. 동쪽으로는 물비늘 반짝이며 굽이쳐 오는 임진강 상류부터 소요산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동남으로는 감악산 정상의 전망탑이, 남으로는 비학산 줄기가, 남서로는 파평산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서쪽에서는 개성의 송악산과 군장산이, 북쪽에서는 고랑포, 호로고루성, 주월리의 육계토성이 우르르 달려온다.
높은 산들은 강물을 성급하게 떠다밀고, 허망하게 밀리기 싫은 강물들은 버팅기면서, 적성 부근의 임진강은 유난히도 몸을 뒤틀어댔다. 함경남도 마식령산맥에서 발원한 강줄기가 연천군 중면 삼곶리에 이르러 장군탄(將軍灘)이 되고, 군남면 남계리 한탄강 합류지점에서 도감포(都監浦), 미산면 동이리 썩은소 부근에서 후연강(朽淵江), 백학면 구미리에서 구연강(龜淵江), 백학면 학곡리에서 신지강(神智江), 백학면 노곡리 사미천 합류지점에서 술탄(戌灘), 장남면 고랑포리에서 호로탄(瓠盧灘)을 이루었다. 여러 여울이 첩첩이 겹쳐 흐른다고 하여 칠중하(七重河)로 불리게 되었고, 칠중성은 고구려 칠중현의 치소(治所)가 되었다.
여울마다에는 굽이굽이 애틋한 전설이 깃들었다. 공민왕이 산언덕에 정자를 짓고 뱃놀이를 즐겼다는 주월리(舟月里 : 한배미 마을), 공양왕이 고려왕들의 신주를 가지고 도망치다가 빠뜨렸기에 구연(仇淵)이 되었다는 구연강, 그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연천군 미산면 구미리에 세웠다는 숭의전(崇義殿), 우왕(모니노)의 생모임을 주장하던 반야가 수장을 당했다는 신지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