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과 환경이 서로 적응하며 조화롭게 살고 있는 탐방로가 있다.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고 군인들의 순찰로로 활용되었던 임진각 생태 탐방로다. 45년 만에 일반인에게 허락된 길,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되어 있는 생태 탐방로를 소개한다.

생태 탐방로에 들어가기 위해 철책 앞에 대기하고 있는 탐방객들

생태 탐방로에 들어가기 위해 철책 앞에 대기하고 있는 탐방객들

임진강변 생태 탐방로는 임진강 주변 생태(야생화, 철새 등)와 DMZ 역사 등에 대한 해설을 곁들여 하루 1회 걷기만 허용된다. 임진강변 생태 탐방로 안내 사무소 앞에서 오전 9시 30분에 집결하여 간단한 몸 풀기 체조를 한 뒤, 주의 사항을 들었다.

“탐방로에서는 아무 곳에서나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군인들이 경계 근무를 서는 곳이기에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 많다. 해설사가 사진 촬영이 허락된 곳이라고 안내하거나 촬영 허가 푯말이 있는 곳에서만 찍어야 한다. 혹여 마음대로 사진을 찍거나 철책을 함부로 만지면 군인들이 출동하는 일이 발생한다.”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출발하는 탐방은 통일대교, 초평도, 임진나루를 지나 율곡습지공원까지 이어졌다. 총 구간이 9.1Km로 약 3시간 정도 소요된다. 군인들의 순찰로로 활용되던 탐방로에 들어서면 되돌아 올 수도 없다. 앞으로 나아가는 길 또한 군인과 해설사가 잠긴 철문을 열어 주고 사람들이 철문을 나오고 나면 다시 잠긴다. 곳곳에 철문들이 잠겨 있어 철책으로 이어진 탐방로는 다른 탐방로와는 다른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생태 탐방로 표지판

생태 탐방로 표지판

생태 탐방로 안내판

생태 탐방로 안내판

일반인은 갈 수 없던 길, DMZ 속 탐방로를 들어가기 위해선 군부대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분증 지참은 필수다.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신분 확인을 마치면 생태 탐방이란 글이 쓰인 띠를 준다. 지하 벙커 전시관이란 철문을 군인들이 열어 주면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된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임진강변 줄기를 따라 걷는 탐방로엔 재두루미, 독수리, 쇠기러기 등 겨울 철새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기도 하고 무리를 지어 하늘을 나는 철새들 모습은 장관이다. 철새들 노랫소리, 바람 소리, 추수가 끝난 들판의 정취가 평화롭게 느껴진다.

무리를 지어 하늘을 나는 철새 떼

무리를 지어 하늘을 나는 철새 떼

분단의 현실이 느껴지는 철책에는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 유일 철책 야외 전시 공간, 통일을 기원하는 예술가들의 마음과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객 마음이 하나 되어 통일을 바라는 간절함을 표현한 것”이라는 안내로 철책에 전시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작품 속에서 분단 70년의 상처와 통일에 대한 바람을 담은 ‘화해’란 작품에 눈길이 끌렸다.

철책에 전시된 화해란 제목의 예술 작품

철책에 전시된 ‘화해’란 제목의 예술 작품

운정에 거주한다는 40대 탐방객은 “철책과 군인들을 만나고,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더 생태가 잘 보존돼 있는 것 같다”며 “그래도 다른 생태 탐방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 솟고 길이 예뻐서 다음에 다시 예약하여 걷고 싶다”고 말했다. 또 서울에서 왔다는 여고생은 “탐방은 체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마스크를 써서 더 힘들지만 그래도 함께 걸을 수 있어 행복한 추억이 만들어 졌어요.”라며 웃는다.

평화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임진강을 바라보는 탐방객들

평화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임진강을 바라보는 탐방객들

탐방객들이 소원을 적은 리본을 걸어 놓았다.

탐방객들이 소원을 적은 리본을 걸어 놓았다.

생태탐방로에 설치된 포토존

생태탐방로에 설치된 포토존

아직까지는 시범 개방 기간이다. 출입 절차를 거쳐야 하고 시간과 인원의 제한이 있어 번거롭지만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매력이 있다. 그래서 탐방객들이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앞으로도 자연의 모습에서 평화의 숨결이 느껴지는 임진강변 생태 탐방로가 잘 보존되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탐방하길 바라본다.

* 임진강 생태탐방로 탐방 안내
- 탐방코스 : 임진각 > 통일대교 > 초평도 > 임진나루 > 율곡습지공원(약  9.1km / 3시간 소요)
- 참가인원 : 150명 이내   ※ 선착순, 10인 이상 신청시 출입 허가
- 신청방법 : 참가일 7일 전까지 홈페이지(www.pajuecoroad.com)  ※ 군 부대 사전 승인 필요.

- 집결장소 :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안내사무소 앞(임진각 평화누리 내 평화의 종각 앞)  ※ 신분증 지참 필수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로 177)
- 집결시간 : 오전 09:30
- 출입방법 : 집결시간까지 집결장소 도착, 본인확인(신분증), 조끼 착용, 민통선 출입절차 진행, 생태탐방소 출입
- 전화문의 : 안내소(T.070-4238-0114 / F.031-953-0116)  
※ 탐방 일정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 취재/사진 : 신정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