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산행은 박용탁 시민기자가 합세했다. 지난번 실수를 거울삼아 고갯마루를 살짝 넘어선 ‘고양동 유아숲 체험원’으로 들어서서 무작정 산비탈로 올라붙었다. 능선길이 바로 등산로였다. 군데군데 파 놓은 교통호에는 판자로 짠 다리가 걸쳐져 있었다. 첫 봉우리(328.6m)에 오를 때까지만 힘이 들었을 뿐, 다음부터는 순조로웠다.
비호봉에는 서 있는 비석에 새겨진 328.6m를, 누군가 828.6m로 고쳐놓았다. 아직 잎이 피기 전이었지만 울울창창한 숲은 시야를 가렸다. 멀고 가까운 마을들과 다랑논을 닮은 골프장이, 주렴 사이로 내다본 바깥풍경처럼 어른어른했다.
활공장에 이르자 앞이 트였다. 오른쪽에는 서울의 삼각산 연봉이 둘러섰고, 왼쪽에는 쌍미륵이 있는 장지산과 용미리 마을이 고즈넉했다. 한때 패러글라이딩이 박차고 날아올랐을 공터는 스산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차량 통행이 가능한 군사도로 옆, 우암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329m)는 출입금지였다. 경고판을 외면하고 철조망을 타넘었으나, 달랑 국방부 측량표지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암산에는 등산로지도는 물론이고 이정표도 보이지 않았다.
길이 넓어진 만큼 경관이 달라졌다. 오른쪽으로는 고령산의 넓은 품이 활짝 열렸고, 왼쪽으로는 박달산이 저만치서 다가왔다. 모퉁이를 휘감아 돈 세 갈래 길에서 덕파령으로 내려가는 군사도로로 접어들었다. 한 걸음씩 옮겨 디딜 때마다 고령산으로 파고드는 듯싶은데, 갑자기 카메라가 먹통이 되었다. 몇 굽이를 돌아나간 길은 머잖아 아스팔트길로 이어졌고, 새문안동산을 거쳐 됫박고개 쉼터에 가 닿았다.
세 번째 산행은 홀로 나섰다. 등산로 입구를 확인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카메라 배터리가 소진되어 가까이 다가든 고령산을 담아내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다행히 서서울CC 입구 오른쪽 옹벽에서 등산로의 흔적을 찾아냈다. 군데군데 무너져 내린 좁은 계단은, 이미 등산로의 기능을 상실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