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산행은 팔일봉 동쪽 기슭의 육지장사에서 출발했다. 육지장사는 1997년에 세워졌는데 일광지장(천상계), 제계지장(인간계), 지지지장(아수라계), 보인지장(축생계), 보수지장(아귀계), 단타지장(지옥계) 등 지장보살의 여섯 가지 현신인 육지장을 봉안한 사찰이란다. 설명은 간단명료했지만 제대로 새기자니, 공부가 한참 모자랐다.
그곳이 정상에 오르는 가장 짧은 등산로라지만, 똑같은 높이에 거리만 가깝다는 건 반갑지 않았다. 급격하게 고도를 높이자면 그만큼 비탈이 가파를 수밖에 없는 법. 1시간 만에 정상에 닿았으나, 기진맥진 초죽음이 되고 말았다.
음력 3월 9일, 꼭 요맘때 타계한 어머니 숙빈최씨의 주검을 놔두고 골짜기와 능선을 주름잡았을 연잉군의 발자취를 떠올렸다. 정상표지판 뒤로 늘어선 수백 년 묵은 소나무를 바라보던 연잉군의 심사가 참담하지 않았겠느냐, 다독이면서 숨을 골랐다. 거기서부터 제2봉까지 20분, 다시 쇠장봉까지 20분, 체재고개(쇠장이고개)까지 또 20분이 걸렸다.
예전에 소장수들이 넘나들었다는 쇠장이길이,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힘차게 내달리는 팔일봉 여덟 봉우리를 넷씩 갈라놓고 있었다. 차는 육지장사에 세워두었는데, 둘러보니 산봉우리가 첩첩이었다. 택시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