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를 넘긴 팔월 중순에도 한낮 더위는 30도를 가뿐히 넘어선다. 폭서에도 아랑곳없이 들녘에 나가 구슬땀을 흘리며 약초 재배와 양봉을 치는 ‘허준 약초반’ 일꾼들이 있다기에 오늘도 먼 길을 나섰다. ‘허준 약초반’은 해마다 파주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농업인대학의 교육과정 중의 하나이다.

야생 약초의 달인 신승철 대표

지상파 방송인 ‘나는 자연이다’ 프로그램에 출연 섭외를 받았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찬조로 방송에 나온 적이 있다는 야생 약초의 달인 신승철 대표를 만나러 법원읍 동문리에 있는 농장을 찾았다. 무더위에 먼 길을 찾아왔다고 시원한 음료수와 제철 복숭아를 내놓는 그의 모습에서 몸에 배인 친절함을 엿볼 수 있었다. 날렵한 몸집의 신 대표는 수강생들 사이에서 원빈(?)으로 불린다고 한다.

야생약초의 달인 신승철 대표

야생약초의 달인 신승철 대표

약초를 접하게 된 동기를 묻자 신승철 대표(사진1)는 “약초의 시작은 마치 내 운명과도 같았습니다. 아버님이 한의원을 하셨죠. 어릴 때부터 어깨 넘어 보고 배운 것이 밑바탕이 되어 남보다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15년 전 하던 사업이 부도를 맞고 어려워지자 설상가상으로 몸도 약해졌지요. 우선 내 몸부터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접고 본격적으로 산을 다니며 약초를 채집하고 복용했습니다. 야생 약초에 효과를 보고 몸이 좋아지자 이참에 약초사업을 펼쳐보고자 생각을 하고 차츰차츰 계획을 구체화 시켜나갔습니다. 그 연장선상에 농업기술센터의 허준 약초반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지금 두 명의 친구와 같이 다니고 있는데, 약초 가공법과 실제 상품화하는 방법에 관심이 있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현재 약초 재배는 민통선 안쪽의 서곡리에 약 7,000㎡ 규모의 약초밭을 일궈 잔대, 맥문동, 둥굴레, 우산나물 등을 재배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당귀도 재배해 보려고 씨를 받아놨습니다. 아직은 판매 초기 단계로 약령 시장에 지인을 통해 위탁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구상단계이지만 몇몇 친구와 함께 약초를 가공하여 판매해보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야기하는 내내 벌들이 벌통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겸업으로 하고 있는 양봉

겸업으로 하고 있는 양봉

황색종 벌들

황색종 벌들

약초를 다루는 신 대표는 겸업으로 양봉도 하고 있다. 양봉에 대해 말문을 연 신 대표는 “이곳 동문리 농장은 현재 150통의 황색종 벌들이 한창 분봉시기에 있습니다. 얼마 후 200통 정도 늘어나게 됩니다. 벌꿀만 판매해서는 수익이 적어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자 분봉해서 하우스 농가에 벌들을 팝니다. 저는 이동양봉도 하는데 봄철 아카시아 개화 시기에 맞춰 경북 영천에서 시작해서 충남 세종시를 거쳐 파주로 옮겨 오며 꿀을 땁니다. 벌들은 낯선 곳으로 옮겨 다녀도 자기 집을 쉽게 찾을 수 있는 특별한 기능이 있어 가능하지요. 이렇게 아카시아가 끝나면 밤꿀, 요즘 같은 시기에는 엄나무 이어서 잡화꿀로 마무리합니다.
아~ 여기 둑방에 고삼(苦蔘)이 있군요.  이 고삼은 피를 맑게 하고 염증을 치료합니다. 염증은 부종을 일으키며 오래되면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어요.”라며 야생 약초 달인답게 약초로 이야기를 마친다.

피를 맑게하고 염증을 치료한다는 고삼

피를 맑게하고 염증을 치료한다는 고삼

DMZ에서 엉겅퀴 꿀을 따는 이색 동업자

하루 전에 예통(군부대의 허가)을 마쳤기에 전진교를 건너 손쉽게 DMZ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민통선 내에서는 네비게이션 불통이라 주소 갖고는 혼자서 찾아가기 힘들다. 약초달인 신 대표의 안내에 따라 이색 동업자가 일하는 양봉장에 들어섰다. 여타의 양봉장과는 사뭇 다르게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깔끔한 성품이 엿보인다. 반갑게 맞이하는 세 사람을 보고 처음엔 부부와 아들이 함께하는 곳인 줄만 알았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한 양봉 교육과정에서 만나 친구가 되고, 여타 양봉업자 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그들은, 젊은 혈기를 무기로 기능성 벌꿀을 개발하여 양봉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당찬 파주의 양봉 일꾼들이다.

양봉농장

양봉농장

좌부터) 조국현 대표, 조영진씨, 유정미 회장

좌부터) 조국현 대표, 조영진씨, 유정미 회장

한국생활개선파주시연합회 유정미 회장과 동년배로 시험 정신이 투철한 조국현 대표, 그리고 젊은 아들 조영진이다. 이들은 처음 탄현면 오금리에서 양봉을 시작하다가 지난해에 민통선 안으로 옮겨와 새터를 잡고 벌들과 씨름하고 있다.

옆에서 따왔다는 복숭아를 내면서 유 회장은 “2018년도 6차 산업의 하나로 개설한 양봉 교육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 조국현 대표를 알게 되었고, 나이도 같아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죽도 잘 맞아 같이 양봉을 시작해보자고 의기투합하고 겁 없이 양봉 전선에 뛰어들었지요. 벌을 키우며 밀원수(蜜源樹, 꿀이 많이 나는 나무)가 중요한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약초반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 친구와 교육을 받았습니다. 물론 올해도 같이 수강하고 있고요. 교육을 통해 우리도 한방(韓方)으로 나가 보자! 벌들에게 설탕을 많이 먹이지 않고 자연에서 나오는 약초로 친환경 양봉을 실천해보고자 했어요. 양봉을 18년도에 시작하면서 19년도에 처음으로 엉겅퀴를 오백 평 정도 심어봤어요. 잔가시가 많아 따가운 엉겅퀴를 심고 가꾸는 일은 고통의 연속이었어요. 벌이 있는 곳엔 농약을 칠 수 없으니 밑에선 잡초가 올라오고, 잡초를 뽑으려고 무릎으로 기면서 뽑는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듬해엔 부직포를 덮어씌워 잡초가 나오게 하지 않아 다소 수월했죠. 그러다 엉겅퀴를 이모작하는 방법을 궁리하다가 때마침 허준 약초반에서 제천농협에서 강사로 나온 분이 알려줘 해결했어요. 봄에 꽃이 피었을 때 베어내고, 다시 파종하면 가을에 또한번 꽃이 핀다고 알려주셨죠. 잘라낸 엉겅퀴로 즙을 내서 먹어보니 너무 좋아 상품으로 개발했습니다. 차별화된 엉겅퀴 꿀과 즙을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DMZ로 작년에 들어왔습니다.”라며 그간의 경험을 말한다.

엉겅퀴 꿀
양봉하는 모습

옆에서 듣고 있는 조국현 대표에게 실패 사례를 물었다. 조 대표는 “벌꿀 수확량은 날씨에 영향을 많은 받는데 경험이 부족하여 바로 대처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지요.  또 다른 경우는 벌들은 보통 3월경에 산란을 시작하는데 생산량 높이고자 1~2월에 일찍 산란 준비를 시킵니다. 그 시기는 추워서 인위적으로 벌통에 직접 전기 가열을 하는데 벌통 내부가 건조해지는 단점이 있어, 온실에 보일러를 가동하여 벌통 외부로 간접 가열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온도가 일정하지 않고 추운 곳이 생겨 벌들을 잃은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제 나름대로 경험이 쌓여 그런 실수는 안 합니다.”라며 경험담을 얘기한다.

기능성 약초꿀로 자체 브랜드를 개발
시판용 꿀

아직은 벌꿀 수확량이 많지 않아 지인들 소개로 연결 판매만 하고 있다고 한다. 수확량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기능성 약초꿀로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여 유통망을 넓혀나가겠다는 당찬 포부도 내보였다.

* 신승철 대표 (010-6344-1254)
   -  약초 농장: 파주시 진동면 서곡리
   -  양봉 농장: 파주시 법원읍 동문리 산 173-1

* 유정미 대표(010-8288-8559)   /  조국현 대표(010-8881-7896)
    -  양봉농장: 파주시 군내면 점원리 393

* 땀 흘려 가꾸며, 배우는 파주의 농업인 이야기 (1) 바로가기


* 취재 : 김명익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