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이는 초등학교 4학년 자폐성 발달장애아이다. 열한 살 아이가 ‘머리‧어깨‧무릎‧발’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하기도 한다. 부모는 아이의 이런 모습이 귀여워 웃는다. 엄마는 아이의 장애를 에둘러 말한다.
“비장애아들은 여섯 일곱까지 피우는 재롱으로 효도 끝이라는데, 어쩌면 평생 아이의 재롱을 보며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는 일을 하고 있어, 5개월경부터 돌까지 오전에는 아인이와 지내다 오후 2시경부터 늦은 밤까지 할머니에게 맡겼다. 일이 끝나고 엄마는 잠들어 있는 아인이를 안고 집으로 왔다. 6개월 정도부터 아인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빠는 아이 발달이 조금 늦을 뿐이라며 쉬 받아들이지 못했다.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만난 전문의는 자폐가 아닐 수도 있다고 더 지켜보라고 했다. 그때 만약 전문의가 좀 더 냉정하게 얘기해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도 있다. 결국 30개월쯤 본격적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으나, 아이의 상태는 아주 미미한 변화가 있을 뿐이었다.

그네타기를 좋아하는 아인
산책중인 아이

아인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한 단어 또는 짧은 문장으로 간단히 표현한다. 기질적으로 순한 아이였는데, 사춘기가 시작되려는지 최근 들어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한다. 하루에도 두세 번 30분 이상 울거나, 갑자기 이유 없이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외식을 하러 가거나 사람이 많은 공간에 가는 것이 차츰 꺼려진다. 부모는 이런 아이를 양육하다 보면 힘들 때가 많다. 

그래도 엄마는 “천천히 성장하는 아이를 키우는 덕분에, 아주 사소한 변화와 성장에도 기쁘고 행복한 마음이 들어요.”라고 한다.부모는 가슴을 쓸어내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의 돌발행동으로 몇 번을 아이를 잃어버렸다가 찾았다. 어떨 때는 꽤 거리가 있는 곳에서 아이를 발견하기도 하고, 큰 도로 건너에서 찾을 때도 있다. 엄마는 아이를 찾는 동안 “혹시나 사고를 당하진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어느 날은 자기를 찾아 준 경찰관 손을 끌고 편의점에 가서 과자와 음료수를 사달라고 조른 적도 있다. 


이런 아이를 양육하면서 관계 기관에 바람이 있단다. 

“몇 년 전 라디오에서 공익광고를 잠깐 했었습니다. 자폐아가 세상을 어떻게 느끼는지 잘 표현해 준 공익광고였어요. 감각적으로 예민한 자폐아가 공공장소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우는 것은 너무 많은 자극이 눈과 귀로 쏟아져 들어와 견디기 힘들기 때문일 때가 많아요. 자폐아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도록 인식개선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줬으면 합니다.”

놀잇다 활동 중

놀잇다 활동 중

모래놀이하는 아이

엄마는 아이의 돌발행동 때문에 건물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세운다. 물론 주차 가능 표지판을 부착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은 왜 주차하느냐며 따져 묻는 사람들이 있다. 엄마는 그때의 심경을 전한다.“그럴 때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 아이의 장애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어요. 아무리 익숙해졌다 해도 엄마로서 아이의 장애에 관해 이야기 한 날은 온종일 기분이 가라앉게 되네요.”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를 내거나 우는 아이를 보면 내 관점에서가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자. 혹시 감각에 민감한 자폐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장애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 다름에 대한 감수성을 애써 가지려고 노력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 취재: 최순자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