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신도시는 공원 부자다. 자연친화적인 계획 도시답게 처음부터 녹지 배정을 최대한으로 했다. 전체 면적의 28%를 공원 부지로 획정했을 정도인데, 당시 전국 최고 비율이었다. 그 결과 현재 운정1~3동에는 근린공원만 12개이고, 수변공원 2개소와 체육공원  1개소로서, 파주시 전체 공원 면적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수많은 소공원, 어린이공원, 역사공원, 문화공원 등은 위 공원 숫자에 포함하지 않고서도 그렇다. 그중 두 군데를 소개하고자 하는데, 첫 번째로 살펴볼 곳은 새암공원이다.

새암공원은 한울마을 건너쪽 한빛마을 쪽에(운정e마트 맞은편) 위치한다. 한빛마을 3단지에 위치하는 한빛공원과는 와석순환로를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마주하고 있다. 새암공원은 그 크기가 큰 공원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아담하다. 약 2만 7천 평 규모로 공식적으로는 역사공원 3호다.

그럼에도 새암공원은 운정신도시 내 공원 중에서도 매우 특징적인 자랑거리를 갖고 있다. 사진들에서 보듯, 공원 내 도처에 26개의 시(詩) 작품 게시판이 시비(詩碑)처럼 세워져 있다(이하 이 작품 게시판을 편의상 ‘시비’라 약칭한다). 새암공원이 문학 공원이라 불려도 좋은 이유다. 공원 산책객들이 그것만 훑고 가도 우리나라의 1920~1940년대의 시문학사에 등장하는 시인들의 작품과 약력을 한눈에 익힐 수 있다. 그중에는 한용운/이상/김소월/정지용 등과 같은 유명 시인들도 있지만, 입과 눈에 덜 띄었던 시인들의 작품들도 소개돼 있어서, 반갑게 시 공부 지평을 넓힐 수 있다.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소월의 초혼

김소월의 <초혼>

박용철의 떠나가는 배

박용철의 <떠나가는 배>

심훈의 그 날이 오면

심훈의 <그 날이 오면>


일반인들에게까지는 덜 알려진 시인들의 작품도 있다.

권환의 자화상

권환의 <자화상>

노자영의 물결

노자영의 <물결>

백기만의 아름다운 달

백기만의 <아름다운 달>

여상현의 분수

여상현의 <분수>


이 시비들은 산책로 주변에 이쁘게 배치돼 있는데, 호들갑스럽지 않게 산책객들을 조용히 환영한다. 눈길을 주는 이들과 의미 있게 눈을 맞추면서.

원추리 꽃밭 속의 시비.

원추리 꽃밭 속의 시비

잇따라 서 있는 시비들이 산책객들을 심심치 않게 한다.

잇따라 서 있는 시비들이 산책객들을 심심치 않게 한다.

새암공원에는 이 시비들만 있는 건 아니다. 도처에서 조용히 방문객들에게 손을 흔들거나 미소를 짓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성들여 조성한 원추리, 노루오줌, 비비추, 무늬둥굴레 등의 군락지가 찾아오는 이들을 반긴다.

노루오줌 군락지

노루오줌 군락지

비비추 군락지

비비추 군락지

그뿐이 아니다. 산딸기와 복분자, 그리고 앵두와 보리수들도 소리 없이 손을 흔들어 반긴다. 앵두와 보리수는 철이 지났지만 산딸기는 요즘 한창 새빨간 자태를 뽐내고, 영그는 데에 두어 달이 족히 걸리는 복분자는 안으로 익어가기에 바쁘다.

길가에서 한 걸음 안쪽을 들여다보면, 의외의 녀석들도 있다. 적잖은 종류의 버섯들이 인사를 건넨다. 싸리버섯, 민자주방망이버섯, 수원무당버섯, 갓버섯, 밀버섯류와 각질버섯류... 등이 은근히 많다. 도시 한 가운데의 공원 숲속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요즘 한창인 산딸기

요즘 한창인 산딸기

이제는 철이 지난 앵두

이제는 철이 지난 앵두

수원무당버섯

수원무당버섯

민자주방망이버섯

민자주방망이버섯

수원무당버섯과 민자주방망이버섯. 모두 식용 가능하지만, 버섯을 잘 모를 때는 손대지 않는 게 좋다

사실 버섯의 효능은 알고 보면 무섭다. 독버섯 얘기가 아니다. 버섯은 균류로서 엄밀히 말하면 동물과 식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포식자인 동물은 식물이 무기물을 이용하여 광합성으로 만든 유기물을 먹고 사는데, 동물이 죽은 뒤 그 유기물을 무기물로 환원시켜 주는 기능을 바로 이 균류가 한다. 그 때문에 균류(버섯이 대표적)가 없으면 인류는 생존할 길이 없다. 버섯은 그런 위대한 존재다. 우리 주변에서 소리 없이 우리의 생존에 공헌하는 이들과도 비견된다.

요즘 코로나 시절 탓인지 공원 내 걷기 운동객들이 적지 않다. 새암공원을 벗어나기 전, 수많은 시비 중 하나 앞에서 조금 오래 머물며 작품 감상을 깊이 해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저마다의 수확물을 챙겨가는 일이기도 하므로. 기자도 시비 앞에서 잠시 옷깃을 여민다. 이육사의 <광야> 중 한 구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을 대하며, 내 삶속에 어떤 씨를 뿌려야 할지를 생각해 본다.

이육사의 광야

이육사의 <광야>

그럴 때는 예전에 유행했던 선전 문구대로 ‘핸드폰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다. 하지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사인지라 급한 연락을 주고받아야 할 때도 있다. 그때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새암공원 내에도 파주시가 계속 추진해서 지금은 192개소에 설치된 ‘공공 와이파이’가 설비가 있다. 공공 와이파이 설치 안내판은 최근에야 붙여졌지만. <끝>

새암공원 내에도 설치된 파주 공공 와이파이. 최근에 붙여진 안내판

새암공원 내에도 설치된 파주 공공 와이파이. 최근에 붙여진 안내판

최상단 스피커 옆의 기기가 와이파이 중계기

최상단 스피커 옆의 기기가 와이파이 중계기


* 취재 : 최종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