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올해도 가을은 어김없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가을의 풍요로움을 가슴에 담아 가까운 이웃이나 친지와 스스럼없는 만남을 꿈꾸지만, 현실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그런 만남조차 부담스럽게 다가올 뿐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오래 지속되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이 계속되자 사회학자들은 사회 전반에 코로나 블루(우울)를 넘어 코로나 레드(분노)의 감정이 넘쳐 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분노와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방법의 하나로 화가 나면 밖에 나가서 걷는 등, 제한적이지만 운동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한다. 나 역시 마음이 답답하여 스트레스 수치가 오르는지 안절부절못하고 안정을 찾을 수도 없다. 하던 일을 잠시 접고 차를 몰아 갑갑한 도시 환경을 벗어나 한적한 나만의 공간, 임진강폭포어장 뒷길을 찾았다. 이곳에서 잠시라도 차분하게 사색하며 가을을 느끼고 싶었다.

임진강폭포어장 뒷길의 화사한 벚꽃 (사진 김은주 씨 제공)

임진강폭포어장 뒷길의 화사한 벚꽃 (사진 김은주 씨 제공)

단풍이 지고 낙엽이 떨어진 가을의 산책길(사진 김은주 씨 제공)

단풍이 지고 낙엽이 떨어진 가을의 산책길(사진 김은주 씨 제공)

봄에는 화사한 벚꽃 길로 가을에는 단풍 숲길로 나름 멋진 곳이지만, 그동안 숨어 있어 자세히 소개된 적이 없었다. 파평면 덕천리 샘내 콩마을의 한강요양병원 뒤편에 있는 공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걷다보면 바로 샘내교로 연결된다. 다리를 건너기 전 오른쪽 뚝방 길을 따라 걸으면 예전에 송어 양식장으로 유명했던 임진강폭포어장 뒷길 끝에 있는 덕천교로 이어진다. 눌노천이 흐르는 덕천교를 건너 다시 샘내교로 되돌아오는 3.3km 코스로 대략 50여 분이 걸린다. 덕천교 방향으로 중간 못 미처 눌노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가 있어 그곳으로 돌아 나오면 20여 분이 소요된다.

임진강폭포어장 뒷길 약도

임진강폭포어장 뒷길 약도

눌노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 전경

눌노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 전경

자전거를 타고 산책로를 지나는 시민

자전거를 타고 산책로를 지나는 시민

샘내교에서 덕천교로 이어지는 구간은 볕이 잘 들어 밝게 확 트인 느낌을 주는 반면, 눌노천 반대편은 산자락이 맞닿는 구간으로 나무가 울창하고 암벽 경사면으로 이끼도 보여 나름 중후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산책로에서 바라본 눌노천

산책로에서 바라본 눌노천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으로 요즘 같은 시기에 적합한 산책 코스라고 할 수 있다. 벚꽃이 활짝 피는 봄철과 달리 가을에는 마땅한 볼거리가 없는 것이 다소 흠이지만 낙엽을 밟으며 걷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젊은이보다는 연륜이 쌓인 중장년층의 마음을 끄는 장소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돌아오는 길에 파평면 눌노리에 있는 유적지를 둘러봐도 좋다.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살아남은 47개 서원 가운데 하나로 조선 중기의 학자 우계 성혼의 위패를 봉안하고 후학을 양성하던 ‘파산서원(坡山書院)’과 파평 윤씨의 시조 윤신달이 태어난 곳으로 파평 윤씨의 발상지인 ‘용연(龍淵)’이 인근에 있다.

임진강폭포어장 뒷길은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낙엽을 밟으며 지난 세월을 생각하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뜻깊은 장소로 버킷 리스트에 올려도 좋을 만한 곳이다.

가는 방법

* 대중교통 : 92번 버스(문산역 → 부대 앞, 한강요양병원 하차) 정류장에서 도보로 5분
* 자가용 : 네비게이션에 ‘한강요양병원’ 입력(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청송로 652번길 14

주변 볼거리

- 파산서원 : 파주시 파평면 파산서원길 24-40(눌노리 235)
- 용연 : 파주시 파평면 청송로 300(눌노리 385-1)

* 취재 : 김명익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