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파주에도 맨발걷기에 좋은 길들이 여러 곳이고 꾸준히 늘어갈 예정이다 


  전국에 불고 있는 어싱 바람


요즘 온 나라에 바람직한 추세 하나가 번지고 있다. 어싱(earthing) 열풍이 그것이다. 어싱(earthing)은 본래 '접지(接地)''흙넣기' 등으로 쓰이던 말인데 요즘은 발이 흙과 접촉한다는 의미로 '맨발걷기'를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이를 좀 더 전문적으로 표현하자면 음전하 상태인 지표면에 양전하 상태의 몸()을 접촉하는 걸 이른다.

 

이 맨발걷기 운동을 지금처럼 전국으로 확산하게 한 대표적 인물로는 박동창(72) 박사가 있다. 서울법대를 거쳐 모 금융기관의 최고전략책임자를 지내며 남 부러울 것 없이 살아왔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 맨발걷기운동본부 회장으로 더 바쁘다. 자신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고, 그걸 맨발걷기로 극복해서다. 그러면서 지금은 완전히 맨발걷기의 신봉자가 되었고, 오직 그 길로 매진하고 있다.

 

그의 노력 덕분에 서울 강남의 대모산에는 맨발걷기용 산책로가 조성되기도 했다. 최근에 개장된 서대문구 안산(천연동) 자락길의 800m 황토진흙탕 길은 최신작으로 최고 품질을 자랑하고도 있다. 즉 맨발걷기 길이 황토진흙탕이어서 촉감과 효과가 유다른 편이다.

<서울 서대문구 안산 자락의 맨발걷기 길. 황토진흙탕 길이다. >  

 

실은 그 전에 이 맨발걷기의 위력을 거금을 들여 실천한 이가 있다. 자그마치 18년 전에 대전 계족산에 자비 180억 원을 들여 맨발걷기용 황톳길을 만든 자칭 유쾌한 '잡놈' 조웅래(65)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그다.

<자신이 조성한 황톳길을 걸으며 신이 난 조웅래 회장>


그는 맨발걷기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맨발로 걸으면 암이 치유된다거나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어싱(Earthing, 접지)이 돼서 병이 낫는다이런 얘기들을 하는데, 그것에 대해선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몸빵이 최고라는 겁니다. ‘내가 걸어 보니 좋더라그거면 된 거지요, 맨발로 걷는다고 해서 누구한테 피해를 주거나 돈이 들거나 하지 않잖습니까. 각자 몸이 하라는 대로 판단해 따르는 거지요. 자꾸 효능이 있냐 없냐 따지는데, 몸이 반응하면 그게 가장 좋은 거라고 봅니다.”

 

파주시의 맨발걷기 산책로 조성 노력

 

이런 어싱 열풍에 따라 전국의 지자체들이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맨발걷기 코스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파주시 또한 빠르게 이에 동참했다.​ 

 

2023.9.8. 시 조례 제1989호로 파주시 맨발걷기 활성화를 위한 맨발 산책로 조성 등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어서 11월에는 고양 정발산 어싱로드김포 선형공원 황토길을 찾아 벤치마킹하고, 전문가 간담회 등으로 보완을 거듭했다.


그리하여 도심 속 쉼터 조성의 첫 단추로 나온 작품이 2024년 4월의 운정6동 초롱꽃공원 맨발걷기길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심학산 둘레길*이나 운정호수공원의 우듬지길 등이 맨발걷기 길로도 쓰여 왔지만 공식 명찰을 달게 된 것은 초롱꽃공원이 제1호라 할 수 있다. 그 뒤를 이어 새암공원의 610미터 길, 교하중앙공원의 맨발걷기 길... 등등도 나왔다. 올해 5월에는 이러한 맨발걷기 길들의 체계적 구축을 위해서 파주시는 ‘맨발걷기 산책로 조성·관리’ 지침도 마련했다.​ [*현재 공식 표기는 ‘둘레길’로 되어 있으나, 어법상으로는 ‘등굣길/바닷실’처럼 ‘둘레길’로 표기해야 맞다. ‘길’ 앞의 말이 받침이 없을 때는 {낄}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식 표기를 따라 이곳에서는 ‘둘레길’로 표기한다.]


  파주시의 맨발걷기 산책로들 중 몇 가지

 

운정호수공원의 우듬지 길이 있는데, 정식 명칭은 '우듬지탐방로'. 우듬지란 나무의 맨 꼭대기 줄기를 이르는 아름다운 순우리말인데, 아래 사진에 보이듯 높은 계단 위에 조성된 고가(高架) 산책로에 오르면 키 큰 나무들의 잎과 줄기를 가까이서 친근하게 대할 수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론 이 고가 산책로 아래 지면에도 좌우로 길이 있기 때문에 그 길로 그냥 걸어갈 수도 있다.

<고가 산책로에 오르기 위한 계단>

<고가 산책로에서 대하는 풍광>  

 

이 우듬지탐방로가 본래는 맨발걷기용 산책로가 아니었는데, 100여 미터에 이르는 우듬지탐방로 전체가 맨발걷기에도 좋아서 사람들이 맨발로 걸어다니게 되면서 저절로 맨발걷기 산책로를 겸하게 되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북서쪽 입구의 세족터에 샤워 호스 3개와 신발장 2개가 마련돼 있다. 이를테면 비공식 1호 맨발걷기 길이라 할 수 있다.

<우듬지탐방로의 일부로 맨발걷기에 좋은 흙길들​>


 이러한 정황은 심학산 둘레길도 마찬가지다. 본래 맨발걷기 산책로가 아니었는데 일부 산책객들이 맨발로도 걷게 되어 번지게 되었다. 맨발족과 신발족이 반반쯤이다. 하지만 맨발로 걸을 땐 조금 조심해야 한다. 맨발걷기의 기본 중 기본은 '자기가 걸어가고 있는 길 1~2미터 앞쪽에서 절대로 눈길을 떼지 마라'. 잔돌, 잔 가시, 배설물... 따위가 예고편 없이 본편이 출현한다. 길바닥에 묻힌 돌들이 발 마사지 효과를 두 배로 높여주기도 하지만, 초심자들은 그때마다 '아이고 아파라' 소리를 입속에서 웅얼거리게 된다. 그래도 맨발걷기를 한 달쯤 하다 보면, 발바닥이 무감각해지면서 그런 소리들이 사라지긴 한다.     


심학산에도 맨발걷기를 위한 세족장 등의 도움 설비를 파주시에서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출입 장소가 많고, 곳곳의 토지 소유자가 다르기도 해서(: 배밭정자 앞의 290m 구간은 사유지다)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산자락 여러 곳에 설치된 주차장도 대부분이 사설 주차장이고, 파주시가 설치한 공영 주차장도 소유자의 협조하에 운영되고 있다.

 

심학산은 둘레길이 잘 정비돼 있고 샛길도 많아서 출발지와 종착지를 어떻게 선택해도 된다. 그중 가장 손쉬운 곳은 약천사 쪽이다. 약천사 산머루가든 교차로 교하배수지 솔향기쉼터 낙조전망대 배밭정자 수투바위 약천사로 돌아오는 6.8km 길을 걸으면 2시간쯤 걸리는데, 약천사에서 능선 길을 택하여 곧장 정상으로 향하면 20여 분 후 정자에 도달하여 사방으로 탁 트인 풍광을 눈 아래에 거느릴 수 있게 된다


타 지역 모범 사례 벤치마킹, 전문가 간담회, 파주시 관련 조례 제정 등을 거쳐 20244월에 제1호로 조성된 것이 운정6동 초롱꽃공원의 맨발걷기 길이다.​​

<초롱꽃마을단지 내에 조성된 초롱맨발길>

 

이 초롱꽃공원은 심학고가 위치한 운정6동의 초롱꽃마을 단지 내에 위치한 아담한 근린공원이다. 이곳 산책 후에도 시간이 많이 남으면 맞은편의 심학산으로 진출하여 둘레길까지도 걷게 되면 한나절의 소담한 걷기 운동이 되고도 남는다.

 

그다음으로 새암공원에 맨발걷기 길이 조성되었다. 새암공원은 운정3동의 한빛마을에 자리잡고 있어 인근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근린공원인데, 이곳에 올 5610미터 길이의 맨발걷기 길이 새로 조성되었다. 이곳에는 신발장, 세족장, 산책로 쉼터와 황토풀장까지 갖추어져 있다. ​​

<새암공원에 마련된 세족장>

 

새암공원의 그것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올해 53일 조성된 맨발걷기 길로는 문발의 산바람 맨발 산책길도 있다. ​​

<문발의 산바람맨발산책로. 길게 조성된 자연 숲길이 무척 아름답다>

 

이 맨발걷기 길은 운정5동 교하노을빛 마을 1단지와 문발산업단지 사이의 유휴 공원용지에 조성되었다. 주민들의 요구 사업으로 채택하여 파주시가 조성하였다.

 

그 뒤를 이은 것은 교하도서관 옆에 자리한 교하중앙공원 내에 추가로 보완된 맨발걷기 길이다.

<교하중앙공원 내에 아름답게 다듬어진 맨발걷기 길>

 

2006년 조성된 교하중앙공원은 시설이 노후화하여 주민들의 개선 요구가 이어졌던 곳이다. 그에 따라 올 614개월 동안의 시설 보완 공사를 준공하면서 주차장 확충, 다목적광장, 잔디광장, 어린이숲놀이터... 등등을 마련했고, 이 맨발걷기 길도 멋지게 단장되었다.

 

즉 이 길은 본래 울퉁불퉁하던 자연스러운 흙길 산책로였는데 평탄 작업을 해서 다듬었고, 옆쪽으로는 야자매트를 깔아서 비가 온 뒤에도 발이 흙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배려했다.

 

그밖에 봉일천의 안산 등산로변에 조성된 맨발걷기 길도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등산로에 쌓여있던 낙엽들을 모두 정리하고 평탄 작업을 해서 맨발로도 걸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도 많다. 가장 먼저, 현재 율곡수목원에 조성되고 있는 것은 올 8월 중에 완공될 예정이다. 봉서산로와 월롱시민공원에 조성되고 있는 것들도 머지않아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파주시의 이러한 맨발걷기 길 조성 사업은 일거삼득.사득 이상의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심신 건강 증진에 크게 도움이 된다. 걸어서 몸에 좋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정신에 주름살이 안 낀다. 그러니 병원을 찾을 일이 줄거나 사라진다.

 

함께 걷는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면 척박해져 가는 이웃들과의 소통 문제도 사라진다. 얼굴들이 펴지고,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웃음이 자리 잡는다. 이런 변화들이 모든 이들에게 번진다. 누가 시켜서 그리되는 게 아니다. 시켜서 이뤄지는 효과는 오래가지도 않고 겉모습에 그치지만, 자발적으로 자연스럽게 거둬지는 변화는 오래 가고 깊게 이뤄진다.

 

나아가 자연친화적인 삶을 지향하게 된다. 물욕과 소유욕으로 대표되는 탐욕에 알게 모르게 이끌려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더 큰 파주에 어울리는 더 큰 사람이 되어 진정한 가치가 살아 있는 삶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자신의 안에서 만족해하는 사이에 감사하는 마음도 솟아난다. 맨발걷기를 실제로 해보면 얻게 되는 소득은 무한하다.

 

[취재] 파주 알리미 최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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