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꿀벌 이야기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 8월, 무더위를 뚫고 파주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농업인대학의 허준 약초반과정을 수료하고 DMZ에서 꿀벌을 치는 유정미, 조국현 대표의 양봉 농장을 처음 찾았다. 이들은 친구이자, 동료 사이로 처음에 탄현면 오금리에서 양봉을 시작하다 2020년에 민통선 안으로 옮겨와 새터를 잡고 벌들과 씨름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해 가을부터 매스컴은 이유도 없이 벌들이 사라진다는 뉴스를 흘리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벌들이 사라지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와 발생원인 및 대책들도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왔다.

 

'꿀벌 실종'3년째 현재진행형!

 

벌집을 나온 후 귀갓길에서 죽거나 집을 찾지 못하는 이른바 '꿀벌 실종' 현상은 2022년 갑작스레 찾아왔다. 꿀 수확량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꿀벌이 수정하지 못함으로 사과·복숭아 등의 생산량이 줄어 과일값이 치솟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2월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29~11월 국내에서 실종·폐사한 꿀벌은 약 40~50만 봉군(蜂群, 78~80억 마리 상당) 수준이다. 한국양봉협회도 올해 11일부터 313일까지 농가 5,537개소를 조사한 결과, 월동 전 봉군은 65만 정도였으나 월동 후는 31만 수준으로 약 34만 봉군(53%)이 실종·폐사됐다고 밝혔다. (뉴시스 발췌)

 

올해는 예년과 달리 늦겨울과 초봄에 눈과 비가 자주 내리고 기온변화도 심했다.

매년 3월 중순에 남쪽지방부터 순차적으로 피는 꽃이 이상기후로  인해 4월이 되어서야 지역 구분도 없이 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록의 계절인 5월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에 푸르름이 넘쳐났다.

 

3년 만에 유정미, 조국현 대표의 양봉 농장을 다시 찾은 5월 20일은 공교롭게도  UN(국제연합)이 지정한 세계 벌의 날이었다. 통일대교 초입의 검문소에서 만난 유 대표는 우리 일행을 반기며 민통선의 출입 절차를 도와주었다. 선도 차량을 뒤따르며 민통선 안에 있는 마을인 통일촌을 지나쳐  달리다 보니 좁은 농로로 들어섰다. 그렇게 굽은 도로를 따라 가다보니  저 멀리 차창 밖으로 길게 늘어선 벌통이 보였다.


 

DMZ의 양봉장에 길게 늘어선 벌통

유정미 대표(한국생활개선파주시연합회 회장)

양봉 농장에는 조국현 대표와 그의 아들 조영진씨가 분주히 벌통을 열고 소비(벌집)를 꺼내 내부검사를 하면서 꿀벌의 상태를 살펴본다.

별통을 열어서 꿀벌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조영진 씨

알들을 보살피고 있는 일벌들과 여왕별

지난해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으로 양봉 농장을 재방문하려 했으나 꿀벌들이 사라지는 문제로 우리 역시 벌꿀 채취가 힘들어 올해는 꿀벌 번식에만 전념하려고 한다라는 조 대표의 근심 섞인 대답에 그저 힘을 내시라는 말만 전하고  재방문은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조 대표는 벌들이 사라지는 원인은 상당히 복합적이고 어려워 어느 하나 해결이 쉽지 않다. 내 경험상 첫 번째는 밀원(蜜源)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비해 벌떼의 수는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꿀벌의 먹이가 되는 밀원이 상당히 줄어들어 벌들의 영양 부족과 그로 인한 질병 증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먼저 아카시아꿀을 시작으로 야생화 꿀, 밤꿀을 따고 나면 그 이후에는 벌들에게 줄 밀원이 없어 설탕을 먹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설탕을 주더라도 벌들은 생존한다. 하지만 이는 사람이 반찬 없이 쌀밥만 먹는 것과 같은 셈이다. 결국 영양 결핍으로 면역력이 저하되고, 그로 인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나라에서 양봉농가에 지원하는 꿀벌응애(벌에 붙어 체액을 빨아먹는 해충) 살충제도 몇 년간 같은 약제 사용으로 내성이 생겨 잘 듣지도 않는다. 꿀벌응애는 일벌. 수벌에 붙어 정상적인 발육과 활동을 방해하여 수명을 줄이고, 애벌레는 폐사시킨다. 국가적인 차원의 약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조태표는 "내가 당장 약제 개발과 같은 일은 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우리 농장에 10월까지도 꽃이 피는 그런 나무를 찾아 심어 밀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꿀벌의 먹이가 되는 나무와 함께 하는 조국현 대표

 

인간·자연환경꿀벌 실종 문제는 '고차방정식'

 

전문가들은 각종 병충해와 무분별한 농약 살포, 생태계 파괴, 이상기후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벌들이 사라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학계는 꿀벌 실종 현상을 '고차방정식'과 유사하다고 비유할 정도로 꿀벌들이 벌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원인이 복합적이라고 말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는 "인간의 역동적인 활동에 기인한 기후 위기가 가장 주된 이유이기는 하나, 여러 변수가 작용했다. 석탄 등 화석연료를 쓰면 쓸수록 온실가스가 나오는데, 이로써 최근에 미세먼지가 심해졌다. 최근 실험을 통해 밝혀낸 건 벌들이 고온 건조한 환경을 좋아하긴 하지만, 폭염(暴炎)에는 취약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휴대전화의 전자파도 꿀벌들의 귀갓길에 영향을 미친다. 꿀벌은 여왕벌이 내뿜는 페로몬을 신호로 삼아 귀소하는 데 전자파가 방해하기 때문이다. 부산대 생명환경화학과 박현철 교수는 "휴대전화 사용량 증가로 인해 기지국이 여러 군데 생겼다. 일부 학자들은 이로써 꿀벌이 3~4일간 집을 찾지 못하다가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폐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라고 말한다. 인간 외에도 병해충인 응애(진드기)와 말벌도 꿀벌을 노린다. 정 교수는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응애가 진화한 버전으로 돌아왔다"라며 이들이 꿀벌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여기에 고온에 적응력이 뛰어난 말벌도 꿀벌의 새로운 위협 요소다. 꿀벌의 천적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100% 말벌"이라며 특히, 등검은말벌이 위협적이라고 했다. (뉴시스 기사 인용)

      

이러한 문제들은 어느 한 개인이나 단체의 힘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전 인류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난해한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가며 어려운 양봉농가를 지키는 양봉인들이 있어 희망은 있다.

      

파주시 관내에서 양봉하는 농가는 대략 200여 개에 달한다. 그중에서 3~40여 농가가 DMZ에 들어와 꿀을 따고 있다고 한다. 개화 시기에 맞춰 남쪽부터 벌통을 옮겨 가며 꿀을 따는 이동 양봉이 아닌, 한곳에 정착하여 꿀을 따는 고정양봉 방식을 고수하는 이들은 4년째 DMZ에서 꿀벌 실종과 같은 어려움을 헤치고 힘들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DMZ 오월의 지금은 아카시아꿀 채밀(採蜜)이 한창이다.

 


소비(벌집)에서 꿀을 떼어내는 모습

원심분리기에 꿀을 추출해 벌꿀을 통에 담는 모습

이들도 예외 없이 아카시아꿀을 따는데 분주하다. 우리가 익히 아는 맛, 향긋하고 달콤한 아카시아꿀을 한 모금 머금으며, 이들과 파주 관내에서 양봉하는 농가 모두, 어깨를 으쓱하며 두 손을 들어 우리들이 어려움을 헤쳐냈다!’라는 자부심이 깃들기를 기원해 본다.  

<취재 김명익 알리미>